지난 1월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브루스 클링너 미국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관계 파열음을 경고했다. 그는 한·미 간의 정책이 “이견이 너무 심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과정을 미국에 떠넘긴 채 남북 간의 분쟁 회피와 관계 개선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문 정권의 북핵 공조 이탈을 우려했다.  

한·미 간의 이견 노출은 청와대와 백악관의 가기 다른 발표에서도 노정되었다. 지난 7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엔 전화 통화가 있었다. 그때 청와대는 통화 내용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한 시간 뒤 백악관은 한·미 “두 정상은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만 했다. 이 대목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북 식량지원을 설득하려 했는 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FFVD 관철에 역점을 두었음을 읽게 한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직전에 있었던 문재인·트럼프 전화 통화에서도 청와대측은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백악관 측 은 ‘남북 경협’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여기에서도 문 대통령은 남북경협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으나 트럼프는 그에 공감하지 않았음을 엿보게 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핵 폐기를 위해 FFDV와 대북 압박 유지를 강조해 왔는 데 반해,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어깃장을 놓았다. 지난 3월 12일 로버트 팰러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개성공단 재개 등을 위한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대북 제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보다 하루 전날인 11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북에 대한 경제지원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보조금을 주는 꼴”이라며 단호히 거부했다. 그 밖에도 그는 “부모가 자식을 야단칠 때 엄마·아빠가 딴소리를 하면 안 되는 것처럼 한·미도 북한 문제에 있어서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이 “딴소리” 하고 있는 데 대한 불평이었다.  

한·미 간의 정책 이견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미국 상원 의원들은 한국이 중재자가 아닌 미국 동맹 편에 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한·미 이견 상충이야말로 북한이 노리는 틈새이다. 한·미 간 이간을 키워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김정은의 할아버지·아버지가 대이어 획책했던 남조선적화책동의 일환이다. 김정은도 한·미 이견 노출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북한은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문 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 한·미관계는 ‘주종관계’라고 비방하며 더욱 더 친북으로 기울 것을 다그친다. 심지어 남한이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연방을 이룰 수 없다”며 종북토록 몰아간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북핵 폐기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집권여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난 1월 지적대로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중국마저 우리를 우습게 여긴다” 5월 초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서 드러난 대로 아무리 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노릇을 충실히 해준다 해도 북은 핵을 폐기치 않는다. 5월 들어 북이 단거리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는 마당에서 북에 식량을 지원한다는 건 미사일 도발을 더 하라고 ‘보조금을 주는 꼴’밖에 안 된다. 문 대통령은 대북 식량 제공을 유보하고 대북 제재에 나서야 한다. 폭발 전야에 이른 한·미 간의 이견을 막고 미국과 함께 대북제재에 나서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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