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2019년은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지난 4월 15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온 후 개최한 첫 전시인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는 국내 주요 기관이 소장한 대표적인 근대서화가 안중식의 걸작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백악춘효’를 비롯해 삼성미술관의 ‘영광풍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의 ‘탑원도소회지도’ 등 그간 말로만 들었던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다. 

더불어 올해는 안중식의 서거 100주년인 동시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과 맞물려 근대 서화가들의 그림과 글씨, 사진, 삽화 등 작품 100점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100이란 숫자가 전시를 관통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던 혼돈의 시대에 서화가들이 남긴 유산과 근대 서화가들이 꿈꿨던 새로운 길을 들여다본다. 전시는 ‘서화의 신세대’부터 ‘새로운 도전과 모색’까지 총 6부로 구성된다. 안중식 외에도 조석진, 오세창, 지운영, 황철, 강진희를 비롯한 서화가들뿐만 아니라 김옥균, 박영효, 민영익 등 개화 지식인들이 근대 서화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하는 양상을 살펴본다.

전시장에 첫발을 들이면 1887년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의 미국 부임시 수행원이였던 강진희의 작품과 마주한다. 그는 고종과 순종의 탄신일을 기념해 작품을 남겼다. ‘승일반송도’는 음력 7월 25일 고종의 탄신일을 기념해 그린 작품으로 왕을 상징하는 떠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 영지, 구름을 빠른 붓으로 그려냈다. ‘삼산육성도’는 음력 2월 8일 순종 탄신일을 기념해 제작한 것으로 구름에 둘러 쌓인 세 개의 산봉우리가 인상적이다.

일본 도치기현 사노시향토박물관에서 대여한 김옥균과 박영효의 글도 눈길을 끈다. 갑신정변 실패로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과 박영효는 후원자 스나가 하지메를 만난다. 스나가 하지메는 당시 망명온 한국인을 후원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서화품을 보유하게 됐다. 그가 소장한 서화품을 바탕으로 사노시향토박물관이 세워졌다. 이런 이유로 김옥균이 일본인 스나가 하지메에게 쓴 글엔 ‘도가 통하면 하늘과 땅이 같은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일본인 후원자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박영효가 부채에 남긴 글씨가 인상적인데 갑신정변 실패 후 암울했던 나날속에 재기를 모색한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전시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중국풍과 일본풍의 서화를 그려낸 안중식의 작품을 최고로 꼽 을 수 있다.  

한편 서울에서 태어난 안중식은 1881년 중국 톈진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1889년 일본 교토 등지에서 머물다 1901년 귀국했다. 그는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 임금 초상화 제작에 함께 참여한 조석진과 더불어 국내 화단을 이끌었고, 이도영과 고희동 같은 제자를 길러냈다. 안중식과 조석진은 병풍인 ‘그릇과 꽃가지, 과일’을 함께 그리기도 했다. 또 두 사람은 고종의 즉위 40년을 기념하는 어진 제작에 나란히 참여했다. 이들은 고종이 총애했던 마지막 궁중화가였다. 두 사람은 종종 함께 작품을 그렸고 화단에서도 명성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