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남이 몽골로 간 까닭은.’문화관광부 장관으로 거론되던 명계남씨가 돌연 ‘몽골행’을 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우 출신인 명씨는 이창동 전 문광부장관을 이을 ‘제2의 이창동’으로 거론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장선거 전에는 당의장 선거 출마를 고려하기도 했다. 이런 명씨가 최근 영화 제작을 위해 몽골로 극비리에 건너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명씨의 이번 행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명씨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확인한 결과 명씨의 이번 영화제작은 몽골제국 건설 8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그가 제작중인 영화 이름은 ‘천개의 고원’(A Thousand fo Plateaus). ‘2005 한·몽골 프로젝트’로도 불리는 이 영화는 몽골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기반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때문에 촬영도 모두 몽골 현지 로케로 진행된다. 영화 제작에 투입되는 스태프 구성은 이미 마쳤다. 영화 ‘꽃잎’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메가폰을 잡은 장선우씨가 감독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H’의 제작에 참여한 류선옥씨가 프로듀서를 맡을 예정이다. 또 세계적인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명성이 자자한 일본 최고의 미술감독 타네다 요헤이가 미술감독으로 영입된다. 현재는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에 대한 오디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작비는 33억원으로, 일본의 해피넷 픽처스가 1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는 국내 굴지 기업인 S사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씨가 대표로 있는 이스트필름측은 이번 영화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스트필름 관계자는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취화선’ ‘붉은수수밭’ 등 국내외 대작을 능가하는 초대형 작품이 될 것”이라면서 “(명계남씨를 포함한) 스태프 전원이 현재 몽골에 건너가 있다”고 말했다. 명계남씨의 ‘몽골행’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분석은 여러가지다. 일각에서는 명씨가 정치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한다. 그 동안의 정치권 행보를 감안할 때 몽골에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당의장 명단에 명씨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정치권 행보가 가시화하면서 이를 견제하는 세력도 적지 않았다”면서 “이번 영화 촬영을 계기로 명씨가 완전히 정치권에서 발을 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당 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오히려 명씨의 정치권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명씨가 당의장 출마를 검토할 당시 당 내부에서는 ‘배우 외에 마땅한 경력이 없다’는 견제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면서 “이번 몽골프로젝트는 이같은 약점을 보완해 비토세력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명씨의 이번 행보가 ‘제2의 이창동’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요컨대 명씨는 최근 차기 문화관광부장관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때도 우리당이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대통령 선거 때 도와준 것 말고 뭐가 있느냐” “배우 경력 빼면 내세울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심지어 명씨가 노 대통령과의 면담 과정에서 문광부 장관직을 요청했고, 노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명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본업을 살려 세계적인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영화를 제작해 인지도를 올림으로써 우리당 내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광부 장관에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명씨가 돌연 ‘몽골행’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이 영화에 거는 명씨의 기대감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씨는 지난 2월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현지 실사를 마쳤다. 설휴가를 마친 지난 3월과 4월에도 두차례 몽골을 다녀오는 등 영화제작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명씨는 아직도 문광부장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면돌파가 아닌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면서 “이번 영화의 성공은 영화인으로서의 명성뿐 아니라 향후 정치권 행보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명씨측은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스트필름 관계자는 “명 대표를 비롯해 영화제작에 깊숙이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몽골에 가서 확인이 불가능하다”면서 “5월 중순이 돼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영화 ‘천개의 고원’은 어떤 내용

‘2005 한·몽골 프로젝트’ 문건 단독입수명계남씨가 진행 중인 영화 ‘천개의 고원’은 몽골의 전통악기인 마두금(머링호르)의 탄생에 얽힌 전설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내용은 이렇다. ‘설이’라는 소년은 우연히 어미를 잃은 갓난말을 만난다. 설이는 이 말에 ‘하얀달’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하얀달은 설이의 보살핌 덕분에 무럭무럭 자라 한눈에 보기에도 탐스러운 명마로 자란다. 그러나 하얀달은 전쟁 과정에서 왕에게 넘겨진다. 설이를 그리워하던 하얀달은 자신을 길들이던 왕을 떨어뜨리고 그 자리에서 도망을 친다. 결국 설이의 품에 안겼지만, 도망 과정에서 화살을 너무 많이 맞아 숨을 거둔다. 설이는 하얀달의 뼈로 활대와 뼈대를 세우고, 갈퀴로 줄을 엮어 악기를 만든다. 이렇게 태어난 악기가 ‘마두금’이다. 악기를 연주하자 소리를 따라 인근의 말들이 모여든다. 말들은 원무를 추듯 설이 곁으로 모여들었다. 어른이 된 설이는 마두금 하나를 들고 세상을 떠돌았다. 천 개의 초원과 사막, 고원을 떠돌며 마두금을 연주했다.

영화 제작은 현재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트필름 관계자는 “시나리오나 스태프 구성은 이미 마무리됐고, 현재는 영화에 출연할 배우들을 섭외 중”이라면서 “자세한 내용은 5월이 돼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몽골 현지에서는 명씨의 영화 제작에 대한 소문이 파다한 상태. 주몽골 한인회 관계자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최근 한국의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설립되면서 한국 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가 상영되기도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명계남씨가 영화를 찍는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교민사회가 적지 않게 들떠 있다”고 귀띔했다. 현지 사업가들은 이 영화가 한·몽골 경제협력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몽골서 사업을 진행 중인 안모씨는 “몽골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자원대국”이라면서 “이번에 제작되는 공동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양국의 경제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계남씨측 “순수한 의도로 봐달라” 해명

영하40도 혹한에서 현지실사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모로쇠’<일요서울>은 취재 과정에서 여러차례 명씨와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명씨가 몽골에 머물고 있고, 현지 통신사정이 좋지 않아 좀처럼 접촉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명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이스트필름 관계자를 통해 명씨의 최근 근황, 영화제작 상황 등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명씨는 현재 ‘천개의 고원’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취화선’ ‘붉은수수밭’ 등 국내외 대작을 능가하는 초대형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명계남씨를 포함한 스태프 전원이 현재 몽골로 건너가 작업 중이다. 특히 명씨의 경우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현지를 실사하는 등 영화 제작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적인 의도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대표님이) 포함돼 있어 이같은 분석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대표님이 몽골에 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 “그냥 순수한 의도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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