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고 전 총리는 그동안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면서도 표현을 자제해왔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완강히 고사해 왔다. 그런 그가 최근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잇따라 대권에 대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에는 고 전 총리의 팬클럽인 ‘우민회’에 이어 후원회격인 ‘9인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우민회와 달리 9인회는 정·재계 인사 및 대학교수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Y음식점. F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이곳에는 고건 전 총리를 비롯해, 정·재계 인사, 대학 총장 및 교수 등이 극비리에 회동을 가졌다.

당시 모임에는 이영세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중견재벌 2세 S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와 대학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동은 철저하게 비공식적으로 진행됐다. 모임은 참석자들이 질문을 하고, 고 총리가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고 전 총리의 향후 행보에 대한 얘기도 상당 부분 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고 전총리는 일상적인 모임일 뿐이었다는 입장이다. 고 전 총리는 지난 30일 서울 연지동 사무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당시 모임은 2080 CEO포럼을 위한 간담회 자리였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간담회에서는 오는 6월 열리는 한·중 경제 심포지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대권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당시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영세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은 “(고 전 총리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이 주최한 세계 주요 정치지도자 초청 포럼에 참석해 강연한 내용을 주로 얘기했다”면서 “안보 문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정치권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고 전 총리의 거취에 대해 적지 않은 논의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고 전 총리의 대권 행보에 대해 적지 않은 질문을 쏟아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참석자들은 주로 고 전 총리의 대권 행보를 물었다. 아무래도 관심사항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이 질문에 대해 고 전 총리는 그동안 언급을 자제해 왔던 대선 출마의 뜻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고 전 총리가 ‘DJ로부터 출마를 강력히 권유받았지만, 호남에서 또 나서는 게 문제가 있어 고사했다, 그러나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대선에 출마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이 과정에서 고 전 총리의 후원회격인 ‘9인회’가 결성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9인회는 이영세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 중견 재벌 N그룹 신모 부회장 등이 주축이 돼 결성된 것으로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이들 외에도 대학교수 3명, 정재계 인사 4명이 포함됐다는 것. 고 전총리도 이같은 움직임이 싫지 않은 눈치다. 당시 고 전총리는 “주변에서 2007년 얘기를 하더니 저절로 ‘우민회’까지 생겼다”면서 “국민들이 원하면 그렇게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고 전 총리는 이같은 사실을 부인한다. “9인회는 뭐고, 대권 도전은 뭐냐”는 것이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평소 사적인 자리에서 여러차례 이같은 뜻을 내비쳐 왔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여러차례 대권 도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면서 “향후 고 전 총리의 대권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2007년 출마에 대한 뜻을 굳혔다. 관건은 방법이다”면서 “현재 고 전 총리를 향한 여야의 물밑 작업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거취가 결정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민회 네티즌 관심 폭발적
한 달도 안돼 페이지뷰 20만건 돌파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고건 전 총리에 대한 관심은 최근 결성된 팬클럽 ‘고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우민회’(이하 우민회)에서도 알 수 있다. 고 전 총리의 ‘호’를 따 명명한 우민회는 네티즌끼리 자생적으로 만든 모임으로, 지난 4월3일 인터넷(www.gohkun.com)을 통해 사이버 발대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운영위원은 현재 20명. 언론인 출신 문창동 홍보팀장(출판업), 은행원 출신 김효집 기획팀장(금융 컨설턴트), 공기업 출신 김정석 조직팀장(건설업), 문화센터 강사 강희남 지원팀장 등 20명의 운영위원 체제로 운영된다.

대부분이 생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 사이트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사이트가 오픈한지 한 달도 안 돼 페이지뷰가 20만건이 넘었다.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려 서버가 다운됐을 정도다. 회원 가입자도 점차 늘고 있다는 게 우민회측의 설명이다. 우민회 관계자는 “사이버 발대식 이후 1만여명이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면서 “고 총리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치인 팬클럽의 경우 처음 뜰 때는 신선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순수함이 많이 퇴색되었다”면서 “주변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도록 순수한 목적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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