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실버’ ‘레드’ 등급 나눠 금액에 따라 차별 대우

대한축구협회 [사진=황기현 기자]
대한축구협회 [사진=황기현 기자]

 

지난 2018년은 ‘축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계랭킹 1위 독일을 꺾는 대이변을 연출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시작된 축구 붐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절정을 맞았다. 특히 축구라는 종목에 흥미를 느낀 어린 여성 팬들의 유입은 축구 국가대표팀은 물론 K리그에 ‘봄’을 불러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은 후 국내에서 치른 A매치는 잇달아 매진 행렬을 벌였다. 6경기에서 총 27만1485명이 축구장을 찾아 태극전사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10만 원 내면 ‘골드’ 멤버십 회원”
액수 클수록 먼저 티켓 구매할 수 있어 …팬들 원성

이 같은 ‘축구 전성기’는 2002년 4강 신화를 썼던 한·일월드컵 이후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의 붐은 2002년과는 다르게 선수 개개인을 일명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하는 여성 팬을 중심으로 하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아이돌 관련 사업에서 알 수 있듯 한번 ‘덕질’을 시작한 여성 팬들의 구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방에서 열린 대표팀 경기까지 모두 매진된 것이 그 방증이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대표팀 굿즈는 불티나게 팔린다. 대한축구협회도 경기 티켓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있다.

한 명에 35만원짜리 좌석…기꺼이 지불한 팬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부터 국내 A매치 경기 때마다 ‘프리미엄존S’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프리미엄존S는 레플리카와 뷔페가 제공되고, 대표팀 버스와 라커룸에 들어가 선수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상품이다. 엄청난 혜택 덕에 1인 35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매 경기 빠르게 매진됐다. 이 밖에도 뷔페와 의류가 제공되는 프리미엄존A, 의류가 제공되는 프리미엄존B 역시 12~23만 원으로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는 금액이다. 물론 2~3만 원에 판매되는 3등석과 북쪽 응원석도 있지만,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은 팬들은 고가의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좋아하는 선수를 위해 열심히 모은 돈을 기꺼이 지불한 것이다. ‘덕질’의 힘이었다.

지난해 ‘선예매’ 등 혜택 주는 무료 멤버십 출시…반응 뜨거워

지난해 10월 대한축구협회는 ‘2019 KFAN 멤버십’을 공식 런칭했다. 큰 호응을 보내고 있는 팬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였다. 9999명을 대상으로 모집했던 이 멤버십에 가입할 경우 2019년 11월 30일까지 선수단의 훈련인 ‘오픈 트레이닝 데이’에 참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이 외에도 A매치 선예매와 선수단의 생일 축하 메시지 등 다양한 혜택으로 팬심을 자극했다. 실제로 멤버십은 출시 직후 가입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가입에 실패한 팬들은 짙은 아쉬움을 토로하며 추가 모집 요청을 쏟아냈다.

뜬금없는 유료 회원 모집…“무료회원 혜택 대폭 축소”

문제는 지난 15일 대한축구협회가 ‘KFAN 멤버십’ 유료 회원 모집 소식을 전하며 생겼다. 이날 협회는 골드와 실버, 레드 등급 등 총 3개로 나눠지는 공식 멤버십 런칭을 공지했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유료 멤버십을 출시하며 무료 회원이 받을 수 있던 혜택을 대거 축소했다. 모두가 누릴 수 있었던 선 예매 혜택의 경우 연회비 10만 원을 내야 가입할 수 있는 골드 등급 가입자가 가장 먼저 누릴 수 있게 됐다. 연회비 5만 원의 실버가 골드 다음 순서이며, 무료 등급인 레드 가입자는 정식 오픈 1시간 전에야 선 예매가 가능하게 됐다. 오픈 트레이닝 신청 순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생일 축하 메시지는 골드 회원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뿔난 팬들 “적당히 해라” 비판…“보이콧할 것” 강경 반응도

앞서 말했듯 지난해 모집한 멤버십 회원의 공식 활동 기간은 오는 11월 30일까지다. 아직 활동 기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유료 회원을 모집하자 일각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수익만을 쫓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축구 팬은 “작년에 선예매 해보니까 돈이 된다는 걸 알았나 보다”라며 “이제 그만 해야 하나 싶다”고 비판했다. 다른 축구 팬 역시 “축구 팬들이 그렇게 항의했는데도 공식 출시를 강행하는 걸 보니 기가 차다”며 “이제 대표팀 경기는 집에서 TV로 봐야겠다”고 보이콧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연회비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도 있었다. ‘팬덤 문화’의 대표 격인 아이돌 팬클럽 가입비도 대부분 1년에 3만원 안팎인데, 연 10만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축구 팬 A씨는 “한창 아이돌 덕질할 때도 팬클럽 가입비는 1년에 3만 원 이상 내본 기억이 없다”면서 “대표팀이 아이돌처럼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10만 원은 너무 비싸다”고 전했다. 실제 축구 대표팀의 경우 해외 원정 경기를 하는 경우도 많기에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는 많아야 1년에 5번 안팎이다. 가격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기존 가입자 혜택 등급 유지할 것” 진화 나선 대한축구협회

팬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대한축구협회는 유로 회원 공지 3시간여가 지나 KFAN 가입자 9999명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는 “2018년 10월에 사전 가입하신 KFAN 여러분의 혜택은 2019년 11월 30일까지 동일하게 유지된다. 1차 사전 예매와 대표팀 선수 생일축하 메시지 전송, 오픈 트레이닝 데이 참가 신청 또한 유료 골드 회원과 동일하게 신청 자격을 제공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기존 멤버십 회원들의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불만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혜택을 10만 원, 혹은 5만 원의 금액을 내고서야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액수에 따라 팬들의 등급을 나눈다는 점과 금액이 비싼 편이라는 사실은 팬들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 같은 불만을 알고 있을 터. 이와 관련된 내용을 문의하기 위해 20일 대한축구협회를 직접 방문했으나 “지금 홍보팀 직원들이 자리에 없다.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드리도록 전달하겠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사흘이 지난 23일까지도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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