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언제든 고려 가능해”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물러난 자리에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됐다. 오 원내대표는 당내 논란 속에 힘겹게 원내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의 앞은 국회 정상화, 당 내홍 봉합 등 과제가 쌓여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일요서울이 오 원내대표가 구상하는 당의 운영 방침에 관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원내대표실 제공]
[사진=원내대표실 제공]

-“정당은 특정인 사유물 아냐... 손 대표, 당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오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계 김성식 의원을 제치고 원내 지휘봉을 잡았다. 선거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 안철수계와 바른정당계가 힘을 합쳤다는 분석과 함께 당 혼란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손학규 대표와의 대치가 시작돼 내홍을 봉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들을 만나 ‘호프 회동’을 제안하는 등 국회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원인과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현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인사 강행과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인해 국회가 극한 대립 상황까지 갔던 게 주요 원인이라 생각한다. 국회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해서는 교섭단체 간 국회정상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는 만큼 이견을 조율해 가는 대화가 지속돼야 하며 서로 한 발씩 양보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운영에 무한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에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한국당은 국회에 들어와서 싸워야 한다. 양보를 하겠다는 입장 없이는 서로가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국회가 열린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하는가.

▲국회가 열리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시급한 업무들이 산적해 있다. 민생법안 처리와 추경 예산안이 국회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으며 현 국회 파행 상태를 만든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도 해당 상임위에서의 논의 기한이 정해져 있는 만큼 여야 모두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사보임 된 오신환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인해 패스트트랙이 위태롭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패스트트랙으로 다뤄진 선거제 개혁안,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등 개혁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법안 내용에 대한 의견이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 법안은 내가 위원장이었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경찰 개혁소위에서 다루던 법안이다. 그러나 7차례에 걸친 소위를 진행하는 동안 거대 양당의 이견 속에서 공수처에 대한 논의는 심도 있게 다룰 수 없었다.

현재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의 권력 비대화가 문제라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시키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공수처라는 기관을 만들자고 하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안은 모두 정부여당이 준비한 법안들이다. 같은 곳에서 내놓은 두 개의 법안이 서로 방향성을 부정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공수처 설치법안은 수정이 필요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동안 문제제기가 있었던 부분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개혁 법안이라면 그 뜻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승민·안철수의 역할론을 내세웠고 승리했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의 연대가 시작된 것인가.

▲역할론을 내세운 것은 계파의 연대라기보다 바른미래당의 창업주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안철수 전 대표의 창당정신을 살리자는 취지였다. 바른미래당은 두 개의 정당이 합쳐진 당이기 때문에 당내 의원들이 계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해서 추구하고자 했던 바른미래당의 방향은 하나다. 의원총회에서도 바른미래당이 화합하고 자강하자는 의견에 모든 의원이 동의했다. 이제부터는 이전의 계파 구분을 지우고 바른미래당계로 나아갈 것이다.

-채이배 정책위의장 등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적합성보다는 손 대표가 임명한 인물들에 대한 반대인가.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나가야 한다. 따라서 당대표의 임명권을 떠나서 원내대표와 의견 조율을 거치는 게 상식이다. 긴급안건으로 상정해 날치기식 통과는 옳지 않다.

당헌상 최고위원회에 당직 인선 안건을 상정하고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그마저도 생략하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바른미래당을 당대표 혼자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협의도 없이 당대표의 독단으로 임명된 정책위의장이 새로 출범하는 원내대표단과 함께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헌·당규에 지도부 탄핵 규정이 없다. 손 대표 사퇴를 위한 다른 방법을 구상 중인가.

▲정치는 책임이다.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신뢰와 지도력을 상실한 지도부 교체를 주장했고 당선됐다. 이에 손 대표가 용단을 내려 스스로 물러나길 부탁했으나 이를 거부해 갈등을 심화시켰다. 바른미래당은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데 지도부 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다. 정당은 특정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손 대표는 더 이상 혼자 당을 운영하려 하지 말고 민주적으로 운영해 줄 것을 요구한다.

-결국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돌아와 지도부 투톱체제를 형성하는가.

▲전 대표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보단 당을 통합할 때의 뜻을 살려야 한다. 지난 보궐선거의 결과가 보여주듯 우리 당은 국민 지지와 신뢰를 높여야 한다. 당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당의 통합을 주도했던 두 사람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통감하고 책임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바른미래당의 미래를 그려 가는 데 전 대표들이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호남계 통합으로 인한 제3지대 형성 등 앞으로의 정계개편을 예상해 본다면.

▲일부 당내 의원들이 제3지대론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당이 의총을 통해 총선 승리의 뜻을 모으기 이전의 내용이며 이제는 과거 얘기다. 제3지대 형성 등의 단어로 타 정당에서 바른미래당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단순히 총선을 앞두고 몸집을 부풀리기 위한 움직임이라면 국민들은 환영하지 않는다.

거대 양당을 견제하고 현 정부를 감시하며 민생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제3지대 정당은 우리 바른미래당이 이미 걸어가고 있는 길이다.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이라면 언제든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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