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일명 ‘골드바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된 사립유치원 설립자 K 이사장이 5월 초 실형을 선고받았다. 교육청 감사 무마 대가로 금 기념패를 전달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K 이사장과 감사관 녹취록을 언급하면서 ‘앞만 보고 산 것 같다’며 이례적으로 충고까지 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에서는 K 이사장이 경기도 내 3곳의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면서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경찰에서는 1차 수사를 종료하며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는데 녹취록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부실수사 논란에 K 이사장과 검경 그리고 정치권 유착 의혹까지 일고 있다. 

- 본지도 입수한 K 이사장-교육청 감사관 녹취록 수사 대상 ‘배제’
- 경기도 해당 감사관, “녹취록 요구했으면 제출했을 것” ‘황당’

지난 5월9일 경기도교육청 감사를 무마하려고 감사관에게 ‘금 기념패’를 전달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립유치원 K 이사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K 이사장은 ‘감사 무마 대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재판관은 “피고인과 감사관이 나눈 대화의 녹취록을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피고인이 너무 앞만 보고 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피고인은 성직자이면서 교육 사업을 해 모범이 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생의 쉼표를 찍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충고도 아끼질 않았다.

K 이사장은 사립유치원 설립자이자 목사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K 이사장이 유치원 운영비 횡령 혐의로 의정부지검 산하 고양지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고양지청은 사건을 파주경찰서에 배정했다. 그런데 K 이사장이 실형을 선고받던 그 주에 검찰은 경찰에게 K 이사장 사립학교법 위반 사건을 송치할 것을 요구했다.

파주경찰서 담당형사는 “해당 사건은 5월 둘째 주에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소 의견’이냐 ‘불기소 의견’이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당 사건은 5~6년 전에 의정부 지검에서 1년 인지 수사 후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이라며 “항고를 하지 않아 경기도 교육청이 재고발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파주서, “녹취록 존재하는 줄 몰랐다” 황당 해명

이에 본지는 사건을 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녹취록에 대해 조사를 했느냐는 질문에 해당 경찰관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해당 녹취록은 앞서 재판관이 언급했듯이 2016년 12월14일 경기도 교육청 감사관과 K 이사장이 감사를 받는 기간에 나눈 대화로 한 시간가량   분량이다.

그러나 담당 형사는 “녹취록이 존재하는 줄 몰랐다”, “검사의 지휘를 받는 사건인데 고양지청 C 검사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녹취록은 본지가 2019년 3월1일 지령 1296호에 ‘녹취록 단독 입수, 골드바 택배 사건 사립유치원 K 이사장 정치권 로비 의혹 2탄’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또한 녹취록 내용 중 일부를 낸 바 있다. 무엇보다 녹취록 내용이 해당 사건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K 이사장이 감사관련 도교육청 감사관과 나눈 대화 내용으로 ‘사립학교법 위반’ 등 횡령.배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사과정에 전현직 여야 정치인 6명이 실명으로 등장해 감사 및 수사를 무마하기위한 정황도 담고 있다. 하지만 수사를 지휘하는 고양지청 검사도 담당 형사도 녹취록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경찰 수사를 종료하고 검찰로 가져갔다.

녹취록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장 본지도 갖고 있는 녹취록이다. 그러나 파주서는 본지뿐만 아니라 당시 도교육청 감사관에게 “녹취록을 달라”고 한 바 없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해당 도 교육청 감사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파주서에서 녹취록 관련 어떠한 문의도 없었다”며 “달라고 했으면 줬을 것”이라고 부실수사 의혹을 보냈다.

이어 이 인사는 고양지청 담당 검사가 부를 경우 “관련 녹취록을 제출할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의 태도도 의문투성이다. 이미 의정부 지검은 K 이사장을 구속시키면서 해당 녹취록을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판사가 K 이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과 감사관이 나눈 대화의 녹취록’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 녹취록이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선 감사관도 인정했다. 그렇다면 의정부 지검은 갖고 있는 녹취록이 의정부 지검 산하 고양지청에는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 감사관은 “이미 의정부 지검에서 같은 건으로 수사를 벌여 ‘혐의 없음’으로 처리했는데 같은 식구인 고양지청에서 ‘기소’할 경우 서로가 면이 서질 않아 쉬쉬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보냈다.

실제로 의정부 지검은 2016년도 10월27일 경기도교육청의 요청으로 수사를 벌였고 2018년 6월29일 7가지 회계부정의혹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를 내렸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의정부 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에 K 이사장을 2018년 7월27일 자료를 보강해 사립학교법 위반 등 횡령 혐의로 재고발했다.

그런데 수원지검은 사건을 다시 의정부 지검으로 넘겼고 의정부지검은 산하 고양지청에 배당했고 고양지청은 파주서에 사건을 넘겼다. 교육청이 K 이사장을 고발한 지 10개월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경찰 역시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녹취록에는 K 이사장은 경찰청 내 ‘교경 20년 생활을 했다’는 점을 내세워 경찰관계자와 경찰 출신  L국회의원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뿐만 아니라 교문위 소속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했다. 결국 도 교육청 전직 감사관들은 K 이사장관련 검경 수사가 지지부진한 배경이 정치권 인사들뿐만 아니라 사정기관과 친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특히 K 이사장을 포함해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감사를 통해 96개 유치원의 비리를 밝히고 135억 원의 불법사용 금액을 확인한 도 감사관들은 감사관실에서 쫓겨났다.

감사 담당자 ‘사실상 좌천’ K 이사장 정관계 유착 의혹

지난해 8월 1일자로 ‘5급이상 지방공무원 인사발령’ 공고를 보면 당시 서기관 ㄱ감사 1과장, 서기관 ㄴ감사 2과장, 감사1과 소속 조사 5팀장 ㄷ사무관이 동시에 전보조치됐다. ㄱ과장은 타부서 과장으로 발령이 나 감사관실을 떠났다. ㄴ과장은 외부 도서관 행정직으로 발령받아 본청을 나왔다.

특히 K 이사장을 조사한 ㄷ사무관은 현재 한 고등학교 행정직에 근무 중이다. 사실상 정치권의 압박으로 인해 좌천당한 셈이다. 한편 이에 대한 언론사의 문의가 쇄도하자 도교육청은 “ㄱ과장과 ㄷ사무관은 보직과장으로 발령이 났고, ㄴ과장은 퇴직을 앞두고 있어 공무연수 차원에서 발령을 낸 것”이라며 “정상적인 전보 조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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