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대통령 복심’, ‘왕의 남자’, ‘양비’로 불리는 친문핵심인사가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다. 최근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당에 복귀한 양 원장은 친문 핵심 3인방을 일컫는 ‘3철’중 한 명이다. 광흥창팀 구성을 주도한 그는 문재인 정권의 설계자이자 입안자로 알려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그런 그가 차기 대권은 3년이나 남았는데 유시민·조국 두 인사를 조기 소환했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거법·직권남용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이틀 후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참모는 통상 대선 조기과열을 우려한다. 모시는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양 원장이 공개적으로 특정인사 2명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까지 차기 대권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그 속내를 알아보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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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무죄 대권가도 청신호… 조·유 ‘킹’-‘페이스메이커’ 구상
- 현직 대통령 레임덕 초래 이재명 대항마 찾기 ‘골몰’ 왜

양정철 신임 연구원장이 정부 서열 2위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단독 면담을 갖자 정치권에서는 ‘파격 대우’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정당의 싱크탱크 수장을 국회의장이 공식일정을 만들어 만남을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양 원장이 현정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여당의 한 인사는 “양 원장은 정치를 안 하겠다는 문 대통령을 ‘문재인 운명’이라는 책을 기획해 출판할 정도로 대통령 선거에 나서게 한 장본인”이라며 “사실상 문 정권의 설계자이자 입안자”라고 평가했다.

‘文의 남자’이자 정권 설계자 ‘조기 대권 과열’ 부추겨

또한 이 인사는 양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를 이끈 광흥창팀을 이끈 장본인이자 윤건영 국정상황실장과 더불어 성골 중의 성골이라고 치켜세웠다. 대통령의 참모지만 ‘전략가’로 알려진 이철희 현역 국회의원을 양 원장의 휘하 부원장으로 내정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양 원장이 5월18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향해 대권 출마를 종용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유 이시장은 정계복귀에 대해 ‘내 인생에 더 이상 선출직에 나서는 일은 없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양 원장은 이날 작심한 듯 “유 이사장이 마흔 일곱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는데, 벼슬을 했으면 그에 걸맞는 헌신을 해야 한다. 우리 당에는 다음 대선에 잠재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분들이 차고 넘치지만, 유시민·조국이 가세를 해서 열심히 경쟁하면 국민들 보기에 얼마나 안심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하고 싶은 건 뜻대로 안 되는데 안 하는 건 뜻대로 된다”면서도 “원래 자기 머리를 자기가 못 깎는다”고 기존의 입장과는 다른 출마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양 원장의 도발은 비문이자 비주류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거법·직권남용’ 재판에서 1심이지만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지 이틀 만에 나온 말로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지사는 5월16일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큰 길로 함께 가자”,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등 차기 대권 도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실제로 이 지사는 승부사적 기질뿐만 아니라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을 입증했고 정면돌파용 이미지뿐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전투력까지  보여줘 대권주자로서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

그러나 이 지사는 ‘큰 길’, ‘비 온 뒤 굳어진다’는 등 차기 대권 도전에 간접화법을 사용하면서 현직 대통령에 대해 예우를 지키는 모습을 연출했다. 반면 양 원장은 드러내놓고 유시민·조국 두 인사가 대권 도전에 나서기를 촉구했다. 통상 차기 대권의 조기과열은 대통령 참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이다. 자칫 현직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정계복귀 일축, 친문 이재명 대항마 찾아라!

양 원장이 대통령의 복심이 아니었다면 여권 내에서 강한 질타를 받을 사안이었지만 아무도 양 원장의 발언에 반발을 하지 않았다. 양 원장의 정계복귀 요구에 유 이사장은 3일 뒤인 21일 방송에 출연해 “무대가 시끄러워 잘못 알아들은 것”이라며 “정계은퇴 후 단 한순간도 공직에 출마하는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정계복귀를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다.

양 원장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양 원장이 결과를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한 것은 이재명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최측근으로서 친문을 대표하는 주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유시민·조국 카드를 이재명 지사의 대항마로 키우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발언이라는 것이다.

비주류에 비문인 이 지사는 2017년 문 대통령과 경선을 하면서 친문과 충돌했다. 당시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이 수차례 정치적 입장과 태도를 바꿔 왔다고 공격했다. 문 대통령이 과거 ‘전두환 표창’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했다. 반문의 시작이다. 결과 이 지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밀려 2위를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했던 안 전 지사 역시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면서 비문 주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성폭행 혐의’를 받아 재판 중인 안 전 지사의 차기 대권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 지사에게는 천운에 가깝다. 이후에도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과 경쟁하면서 친문 핵심과 부딪쳤다.

당시 전 의원 측은 노무현·문재인 두 전현직 대통령을 공격한 ‘혜경궁 김씨’ 계정을 이 지사 부인 이름과 같다는 점을 들어 의심을 보냈다. 선관위에 조사의뢰까지 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를 수사하려면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부터 수사하는 게 법리에 맞는다”면서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기도 했다. 사실상 친문과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넨 셈이다.

양 원장 입장에서 이 지사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자기 편’으로 생각하지 않을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범진보 진영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총리와 1, 2위를 다투던 유 이사장이 빠질 경우 지지층은 이 총리보다는 이 지사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평이다. 사실상 이 지사가 1심 무죄 선고를 대법원까지 유지할 경우 여권 내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짙은 셈이다. 

양정철, 유시민·조국 거론은 ‘조국 띄우기’?

한편 여권에서는 양 원장이 유시민·조국 두 인사를 차기 대권 주자군으로서 분류해 정치적으로 수혜자는 조국 수석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조 수석은 잠룡군으로 분류되기에는 부족한 상황인데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 원장이 유 이사장과 함께 거론하면서 위상이 한껏 높아졌다는 것이다.

양 원장이 실제로 차기 대권주자로서 선호하는 인사는 유 이사장이 아닌 조국 수석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시민 이사장이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조국 수석을 지원하는 조합을 기대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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