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문 분화가 총선과 차기 대권을 두고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이해 외형상 친노·친문 진영의 총결집 양상이지만 친문과 친노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대통령 최측근인 양정철 전 비서관이 민주연구원장을 맡으며 당으로 복귀했다.

문 정권 내 성골인 양 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과 ‘이심전심’이라고 굳이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측근임을 뽐냈다. 또한 민주연구원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서 ‘병참기지’라고 명확하게 정의했다. 나아가 인재영입 역할론까지 언급하면서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친노·비주류 인사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가뜩이나 청와대 출신 40여 명 ‘총선 전진배치설’이 당내 중진들사이에 횡행하던 참이다. 이뿐만 아니다. 5월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거법.직권남용 위반 사건 1심이 모두 무죄선고가 나면서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자 양 원장은 이틀 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게 ‘벼슬을 했으면 걸맞은 헌신을 해야 한다’고 정계 복귀를 촉구했다. 유 이사장은 당시 ‘자기 머리를 자기가 못 깎는다’고 여운을 남기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주류에 비문인 이 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날개를 달자 대통령 측근인 양 원장은 ‘유시민 카드’로 맞받은 셈이다. 유 이사장은 정계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기전만 해도 범진보진영에서 차기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총리와 1, 2위를 다퉜다. 3위는 이재명 지사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양 원장과의 대화를 ‘잘못 알아들어서 한 말’이라며 ‘선출직에 나설 생각은 없다’며 재차 정계복귀를 일축했다. 유 이사장은 정확하게 보면 친노 성향에 가깝다. 이해찬 대표도 친문이라기보다는 친노다.

문제는 친문 진영은 마땅한 대권 후보가 없다. 김경수 도지사는 상처를 입었고 조국 민정수석은 갈 길이 멀다. 그나마 유 이사장이 성골 진영에서 잡을 만한 인물이다. 그런데 유 이사장이 대권 레이스에서 불참할 경우 그에 대한 지지는 이재명 지사에게 갈 공산이 높다.

이 말인즉 비주류에 비문인 이 지사가 유 이사장이 불출마할 경우 최대의 수혜자가 되고 대권 고지에 제일 근접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친문과 친노의 차기 대권을 보는 시각의 균열점이다.

친노를 대표하는 이해찬, 유시민 두 인사는 민주당이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라면 검은 고양이든 횐 고양이든 상관이 없는 흑묘백묘론주의자다. 누가 후보가 되든 정권 재창출이 급선무다. 그래서 이 대표는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 친문 진영에서 ‘이재명 징계론’을 주장해도 끌어안은 배경이다.

반면 양정철, 전해철 등 친문 핵심들은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다면 자기 사람이 하길 바라는 눈치다. 자기 사람이 없으면 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사가 하길 기대하고 있다. 친문  주류가 유시민에게 손을 내밀면서 김부겸 의원을 ‘플랜B'로 보는 이유다.

흑묘백묘론이 아닌 백묘백묘론이다. 양 원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계속되자 친노 좌장인 이해찬 대표가 나섰다. 이 대표는 총선 병참기지론을 양 원장이 꺼내들자 “민주연구원장은 연구원장이고 당이 선거를 치른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이철희 의원 부원장직 인사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친문과 친노 간 분화는 운명적일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는 청와대 출신 40명을 전진배치하는 과정에서 대결이 벌어질 공산이 높다. 궁극적으로 친노 친문 간 본격적인 세 대결은 차기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과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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