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에서 절찬리에 방영 중인 ‘구해줘 2’라는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 가급적 본방을 사수하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다시보기를 통해서라도 꼭 보고야 만다. OCN 드라마가 조금은 자극적이지만 말도 안 되는 막장형 지상파 드라마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재미도 있다.

이 드라마의 현재까지의 개략적인 줄거리는 수몰지구로 선정된 마을에 개척교회가 들어서고, 고단한 하루하루의 삶과 많은 고통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마을주민들에게 대학교수이자 장로 행세를 하는 사기꾼이 접근하여, 도탄에 빠진 그들의 삶을 구원한다고 하면서 사기를 쳐서 마을 사람들을 파멸의 길로 인도하는 행태를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구해달라고 하는데, 마치 구세주인 양 나타난 사람이 구해주는 척하면서 파멸의 길로 인도하고 자신은 맘껏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그런 드라마이다.

2년 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 현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된 이인영 의원이 사석에서 한 얘기를 기억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분명 우리(민주당)가 압승을 할 것이지만, 2020년의 국회의원 총선거는 결코 녹록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다.’라는 것이 그의 발언의 핵심이었다.

이인영 의원을 많은 사람들이 고민만 많고 결단하지 못하는 ‘햄릿형 인간’ 혹은 주위 상황 안 가리고 좌충우돌하는 ‘돈키호테형 인간’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그는 전략적 사고와 판단하에 빠르게 결단하고, 결단이 서면 누구보다도 더 빠르고 올곧게 직진하는 우사인 볼트와 같은 ‘볼트형 인간’이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9일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 핵심인사이면서 이해찬 당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던 김태년 의원을 비교적 큰 표 차로 누르고 20대 국회 여당의 마지막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지난 2주 동안의 그의 행보를 보면 전임 홍영표 원내대표가 먹고 치우지 않은 설거지거리를 비교적 깔끔하게 치워가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 부엌정리가 끝나지 않아 깨끗해진 것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곧 국회도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것 같다.

지금 정부여당은 위기 상황이다. 그들은 그렇게 보고 싶지 않겠지만, 모든 좌표들은 집권세력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제상황이 그렇고, 북한문제가 그렇다. 여야당 간의 대립, 국내정치에서의 갈등이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적은 없다. 자유한국당이 정신 못 차리고 극우놀이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르고 있지만, 그것이 정부여당에게 위안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년 유권자들의 판단은 정부여당에게 보다 냉혹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우리들은 친노, 친문의 생리에 대해서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서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결론을 도출하지만, 그들과 권력투쟁도 하고 함께 정치도 해 왔던 이인영 원내대표로서는 누구 못지않게 그들의 능력과 생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결론이 내년 총선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으며, 그러한 판단에 대한 행동이 작년 당대표 선거 출마였을 것이다. 전대협 1기 의장으로서 87년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이인영 의원은 시대정신이 투철하고 책임감이 무척 강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당대표 선거에서 패했지만, 그렇다고 총선 패배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던 그의 책임감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정치생명을 걸고 도전했고 승리했던 것이다. 필자는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상당히 힘겨운 싸움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나마 이인영 원내대표를 선출한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위기의식의 발로였을 것이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구해줄 그리고 국민의 삶을 구해줄 구세주로 등극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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