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진당 정부는 탈원전을 입법화 했지만 지난 해 1124일 국민투표결과에 따라 이를 폐기하기로 하였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명은 대만은 우리나라와 다르다.’였다. 마치 우리나라는 대만과 달라서 탈원전 정책을 해도 된다는 느낌을 준다.

대만과 우리나라는 공히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으며 제조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다른 것은 대만이 우리나라보다 지진대에 가깝고 국토가 더 좁아서 대피가 어렵다는 점과 대만은 외국원전을 도입해서 가동만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리 원자로형을 가지고 있고 수출까지 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대만은 법안을 만들어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지만 우리는 국무회의 안건 하나로 국회가 만든 법안을 넘어서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다르다.

정부가 대만과 다르다고 했을 때의 느낌과 실제가 다르다. 탈원전의 충격은 우리나라가 더 큰 것이다. 그러니 해명이랍시고 오해를 유발하는 말장난을 한 것이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수요의 증가를 너무 낮게 잡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30년 최대전력수요는 113.2 기가와트(GW)를 예측했었다. 그러나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이것이 100.5 GW로 줄었다. 신규 원전건설을 백지화하고 운영허가 기간 종료후 계속운전을 하지 못하게 된 만큼이 줄어든 결과이다.

결국 남은 설비에 억지로 맞추어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실제 수요예측과의 차이는 절약으로 해결하겠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8차 계획에서는 경제성장률을 2.5%로 잡았다. 7차 계획에서의 3.4%보다 크게 낮춘 것이다.

일부러 낮은 경제성장률을 사용했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와 관련 전문가는 경제성장률과 전력수요 간에 비동기화(Decoupling)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과거에는 경제성장률에 비례하여 전력수요가 증가하였으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경제성장률이 낮아도 전력수요는 증가하는 방식으로 비동기화가 일어나고 있다. 즉 수요를 낮게 잡았다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 안 되는 것이다.

산업활동을 제한하고 국민불편을 초래하는 에너지 절약이 과연 가능하냐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절약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화를 하겠단다. 그게 쉬우면 벌써 하지 않았겠는가?

탈원전 정책이 급진적이 아니라고도 한다.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않아도 기존 원전을 수명까지 운전하는데 상당 기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세상에 그런 식으로 정책을 평가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예컨대 자동차 공장에서 더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고 이미 생산된 자동차를 운영만 해서, 10년 혹은 20년이 지나야 모든 자동차가 없어진다면 자동차 산업은 지금 망한 것인가 아니면 20년 후에 망하는 것인가? 또 원전 해체산업을 권유하는 것이 자동차 만들던 사람에게 폐차장을 권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산부인과 의사에게 장의사를 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올해초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이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재개를 주장하였다. 부지도 다 확보되어 있고 산업부로부터 사업허가도 받았다. 5천억 원이 투입되어 기자재까지 제작 중이며 게다가 울진군민 다수가 원한다. 이 의견에 여권은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다. 같은 당 국회의원의 생각이 다 똑같아야 하나? 또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더욱 기가 차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 다 얘기된 것이란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위해 부랴부랴 만든 국무총리훈령 제690호에 따르면 공론화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만을 다루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신규원전이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가급적이면 다루지 않고 신고리5·6호기에 국한된 논의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때 다 다룬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때 공론화위원장은 원전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펼칠 것을 권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총리령을 넘어선 것이고 그렇게 논의된 바도 없다. 권고 보고서도 공론화 과정이 다 끝나고 마지막 며칠 동안 수 명의 공론화 위원이 만든 작품이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정부의 해명은 말장난에 가깝다. 조금만 생각하면 오해를 유도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누구의 취향이고 누구의 주문일까?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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