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주변에는 많은 소문들이 돌아다닌다. 어느 의원이 잠깐 안 보이면 “뒷목잡고 쓰러졌다더라”부터 “대북특사로 방북중이다”라는 확인되지 않은, 확인할 수도 없는 ‘팩트’들이 소문으로 떠돈다. 사람이야 다 그렇지만 국회 사람들처럼 남에게 관심 많고 뒷담화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드문 것 같다. 국회 주변에는 아예 이런 소문을 모아 정리해서 유통시키는 ‘찌라시’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최근에는 SNS를 통해서도 많이 유통된다.

최근에는 아무래도 다가 올 총선을 앞둔 설왕설래가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이해찬 당 대표가 미는 김태년 의원이 아닌 이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택했다. 의원들의 속내는 1급수인 내린천처럼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다. 친문성향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이인영 원내대표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 것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 다수의 해석이다.

원내대표 하나 바꿨다고 민주당의 총선 전망이 마냥 밝아지지는 않는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후보들이 총선을 뛰지만, 선거 전략을 짜고, 정국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따로 있다. 여권의 다음 총선은 민주당의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에서 짤 것으로 보인다. 정책연구와 여론조사를 주로 하던 민주연구원의 역할이 격상된 것은 양정철 원장이 오면서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의 복심인 양 원장의 역할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양 원장이 오면서 민주연구원은 부원장도 일부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부원장으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비례대표인 이철희 의원이 거론된다. 백원우 전 비서관은 친문 핵심이고, 이철희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백 전 비서관이야 당연히 양 원장과 한 묶음으로 여겨지지만 김한길 계로 알려진 이철희 의원이 부원장으로 거론되는 것을 의외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 안팎에서 들리는 말로는 이철희 의원은 재선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한다. 다음 총선에 불출마 예정인 한 중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 의원은 배지 한 번 더 다는 것보다 전략통으로서 선거판을 짜고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간절히 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한 때 대척점에 서 있던 친문 핵심 양정철과 김한길 계 이철희가 손을 잡고 여권의 총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모든 비례대표들이 이 의원처럼 재선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은 이미 지역구를 선점했거나 출마할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 안양시는 국회의원 지역구가 3곳인데, 비례대표인 이재정, 권미혁, 임재훈, 추혜선 의원이 안양 평촌을 점찍고 몰리면서 기존 지역구 의원을 포함해서 국회의원만 일곱 명이 각축을 벌이는 격전지가 되어 버렸다. 초선 비례들에게 안양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현역의원 셋이 5선, 6선으로 유권자의 피로감이 크기 때문이다.

다음 총선의 상수인 대통령 지지도와 상관없이 민주당의 총선 전략은 새인물 수혈-중진 물갈이일 수밖에 없다. 여건도 갖춰지고 있다. 중진물갈이는 20대 국회 전, 후반기 의장으로 불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문희상, 정세균 의원과 이해찬 당대표가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 세 명의 거물 정치인의 퇴임은 자연스러운 물갈이 파도를 형성하고 많은 중진들이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 1년을 앞둔 총선을 전망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지만, 여권의 선거 승패가 문 대통령의 지지도와 급진적 물갈이, 새 인물의 신선도에서 갈릴 것 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양정철과 이철희가 손을 잡고 작품을 만들어 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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