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깨’는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나무를 둥글고 길게 깎은 것으로, 옛날에 뻣뻣한 옷을 두드려 부드럽게 만드는 데 쓰던 길이가 보통 70cm 정도 되는 나무다. 그런 방망이보다 큰 나무 홍두깨를 뜻하지 않게 한 밤중에 누군가가 불쑥 들이대면 얼마나 놀랍고 무서울까?  

경기부진과 인구 구조의 변화 및 정부 정책의 부작용 등에 따른 ‘소득 쇼크’로 전문가 그룹들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논란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에서 보듯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가계소득이 5분기 연속 줄어들고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감소세를 보이는 등 ‘소득 쇼크’가 지속되고 있다.

그 주요 요인으로는 지속적인 경기 부진에 따른 신규 일자리 창출여력의 위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경영난 등 정책에 따른 시장의 후유증 및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인구 구조적 요인 등 3박자가 복합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조차도 현재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최근 흐름과 지난 5년간의 흐름을 비교하며 “순환변동치가 직전 5개년 표준편차의 두 배 하한을 밑돈 것은 걸프전이 터진 1993년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두 번밖에 없었다”면서 경기 침체 심화에 따른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포용국가’ 등을 주제로 사회정책을 진단하면서 대체로 정부 정책에 대해 옹호하는 지식인 그룹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소득을 확충함으로써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한다는 소위 ‘소득주도성장’ 기조 하에서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과 비정규직의 축소, 근로시간의 단축 등을 문재인 정부가 급격하게 추진해 왔지만, 정책 효과는커녕 오히려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받는 정반대의 결과가 지속되면서 사회 전반적인 흐름은 정부 정책기조에 대한 우려와 걱정으로 인한 논란이 가열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등장했다. 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각종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통계청 통계가 발표된 다음날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30~40대 실업률의 지속적 증가를 비롯해 최근 악화되고 있는 각종 고용 동향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각종 통계를 종합해보면 고용상황은 지난해보다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게다가 개선되고 있는 배경으로 정부의 제 2 벤처붐 정책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부 정책의 성과를 꼽으면서 추경 통과를 통한 고용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발언을 하였다.

 일자리 수석은 주요 통계 가운데 지난해보다 늘어난 취업자 수를 들면서 고용의 양과 질 두가지 측면 모두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단순한 월별 비교 취업자 수 뿐만 아니라 고용률과 실업률을 더 주요하게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나, 36개월 이상 취업자 수는 감소하고 17개월 미만의 취업자수가 증가하는 등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은 없었다.

 정부정책에 대한 홍보나 대국민 심리전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국민이 생활 속에서 실감하고 느끼는 바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 지는 각자 마음속에 답이 있을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소위 ‘깜놀’ 바로 그 자체다.

우리 민초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두려움’이나 ‘공포심’으로 진전되지 않고 그저 ‘엉뚱함’ 정도에 그쳐주길 바랄 뿐이다. <서원대학교 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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