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경찰 본격 반격 黨·靑 “이번엔 검찰 손본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지난 1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 순방 중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리에 위배된다”고 반대 입장을 처음으로 공개한 뒤 청와대와 민주당이 검찰을 향한 작심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개혁 과제임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한 문 총장이 공개 저항의 뜻을 내비치자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라인과 이인영 원내대표를 필두로 민주당까지 합심해 문 총장 다그치기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번 기회에 검찰을 손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은 문 총장 반발에 집단으로 불만을 품고 검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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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들 해결 못하면 국회가 나서겠다” 文 총장 압박

-“경찰총장·지방경찰청·경찰서직원협의회 등 文 총장 ‘융단폭격’

문 총장은 귀국 후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라고 호소했다.

문 총장은 “현재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오른 정부안은 전권적 권능을 확대해놨다”며 “검찰이 이런 전권적 권능을 갖고 일했으니 경찰도 통제를 받지 않고 전권적 권능을 행사해 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정부안이 나온 뒤로 수차례 검찰 의견을 제기했고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면 우리도 참여하기로 했다”며 “실제 논의가 몇 번 열리긴 했지만 중단됐고 갑자기 패스트트랙에 올랐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조정에 대해 단순히 비판만 하지 않고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문 총장은 “검찰부터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도록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 직접수사 총량을 대폭 축소하고 수사 착수 기능의 분권화를 추진하겠다”며 “마약·식품의약·조세 수사 등은 분권화 추진 중이고 검찰 권능 중 독점적·전권적인 것이 있는지 찾아서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靑, 조국 앞세워

검찰 개혁 약진 앞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에선 조국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조 수석이 만찬회동을 했다. 회동에는 박범계·박주민·백혜련·송기헌·안호영·표창원 의원과 조 수석,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검찰의 상황을 파악하고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관측이 있다. 또한 문 총장이 기자회견을 한 뒤 모였기 때문에 문 총장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된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했다. 청와대 수석이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나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발이 흘러나오자 조 수석이 이를 의식해 참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으론 문 대통령의 지시 때문에 조 수석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시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2주년 기념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조 수석을 향해 “정치를 권유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민정수석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권력기관 개혁이다. 법제화하는 과정이 남았는데 그것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검찰 개혁은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으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조 수석이 움직이고 있다는 평이다.

설훈 “검찰, 그냥 있어라”

김부겸 “민주당 정부에선 기세 등등”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문 총장의 기자회견 다음 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문 총장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에 대해 지적을 했지만 검찰이 지금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검찰이 뭘 잘못했다고 날 치느냐는 식으로 나온다면 반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검찰은 입이 있더라도 그냥 있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자기 권력을 경찰한테 뺏기기 싫어서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정부에서는 기세등등하다. 보수정권 때는 왜 그렇게 못했나. 강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강자인 게 검찰인가.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젊은 검사들의 말투와 눈빛은 국민의 대표에 대한 태도가 아니었다. 무시하고 모욕하는 태도가 역력했다”며 “좋은 뜻으로 마련한 대화의 자리에서 대통령을 흔든 건 당신들이었다”며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경에 버닝썬·장자연 사건의 책임을 물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버닝썬·장자연 사건에 대해 “검경은 과거 청산의 마지막 기회만큼은 놓치지 않길 바란다. 버닝썬·장자연 사건은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의 과거를 청산할 용기조차 없는 검경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의혹 해소와 진실규명에 나서길 바란다. 만약 검경이 끝까지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면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문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 24일까지로 앞으로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국회 파행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멈춰 있어 사실상 차기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와 민주당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현 검찰총장을 몰아세워 차기 검찰총장에게 개혁에 대한 성과를 주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警 “檢, 계속 핑계 대”

黨·靑 도와 비판 나섰다

한편 경찰도 문 총장의 반기에 집단적으로 반박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정해진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관해 “민주적 절차를 거치고 그 실체와 내용인 권한 배분 등에 관한 논의를 해서 다듬어진 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문 총장에 정면 반박인 셈이다.

대전지방경찰청 및 6개 경찰서 직원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최근 문 총장을 위시해 검찰 조직에서 주장하는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경찰 조직의 비대화는 허상에 불과하다”며 “경찰의 공룡화·비대화 주장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검찰의)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경남 경찰지방경찰청 직원협의회는 지난 17일 “공직자의 ‘옷’은 흔들려도, 공직자는 흔들려선 안 된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경찰의 ‘1차적 제한적 수사종결권’이 전권적 권능의 확대라 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검찰만이 전권적 권능을 갖고 있었음을 명백히 인정하는 내용”이라며 “더욱 검찰 견제를 위해 기본원칙에 맞는 수사권 조정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 자체가…”라며 “검찰개혁을 위해 시작된 수사구조개혁인데 마치 경찰이 힘을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생각 자체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공소유지를 위한 기관, 즉 소추기관이어야 하고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는 것이 맞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검찰이 수사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수사권 조정은 이를 통해 경찰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검·경의 적절한 상호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수사 구조 개혁의 도마에 오른 것은 검찰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검찰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실 지금 검찰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라며 “검찰의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규정된 사항이다. 이 때문에 영장청구권도 (검찰에) 그대로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의 독점적인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명문화돼 있다. 경찰은 이로 인해 경찰 수사가 무력화될 소지가 있으며, 이것이 검찰의 특권이라고 주장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자꾸 경찰 핑계를 댄다. 자치경찰제 시행은 지방분권을 위해 하는 것이지, 수사구조개혁과는 태생부터 다른 문제”라면서 “(하지만 검찰은) 경찰 권력을 분산한다며 이것을 부각시킨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른 문제를 가지고 수사구조개혁이라는 사실을 이탈하려는 것이 (검찰의) 가장 큰 문제”라며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많은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1순위로 꼽았다. 이것이 국민들의 뜻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이해하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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