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월1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차제에 누가 분열의 정치와 낡은 이념의 잣대를 조장 하는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도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며 “보수·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보수 정권의 전직 두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었고 대법원장까지 구속했다. 또한 보수 정권 인사들을 ‘적폐 청산’ 대상으로 잡아들였다. 그 밖에도 좌편향 노선에 바탕 해 탈원전, 최저임금제 과대 인상, 국정교과서 폐지 등을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강행,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로 빠졌다.

문 대통령은 5월2일 정치·사회 원로들과의 간담회에서 “적폐 수사 그만하고 통합으로 나가자는 말씀도 많이 듣는다”면서도 “정부가 (적폐 수사를) 통제할 수도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했다. 5000만을 다스리는 국가 지도자로서 포용적이지 못하고 협량해 보였다. 그는 5월18일 5.18 광주국립묘지 기념사에서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세력을 “독재자의 후예”라고 주장, 국민을 둘로 갈라 대치시켰다.

문 대통령은 2017년 펴낸 저서에서 보수 주류 정치세력을 “아주 극우적이고 수구적인 사이비 보수”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보수 주류’는 ‘극우’가 아니다. 극우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처럼 전쟁을 도발했거나 수백만명을 학살하지 않았고 극단적 민족주의·국가주의로 빠지지도 않았다. 한국의 보수 주류는 극좌 김일성의 6.25 기습남침을 물리치고 자유를 되찾았으며 폐허 속에서 경제발전과 반공에 몰입했다. ‘김씨 왕조’에게 퍼주거나 비위맞추지 않았고 세습 독재권력을 반대한다. 보수 집권세력은 ‘한강의 기적’을 일구면서 ‘개발 독재’라는 비판을 받았고 일부 정적들에게 ‘매카시즘’ ‘색깔론’을 씌운 흠결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올 3.1절 경축사를 통해 “정치적 경쟁세력을 비방하는 도구로 ‘빨갱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빨갱이란 말”은 일제가 식민통치 시절 ‘우리 국민들을 갈라놓기 위한 수단’으로 생겨났다고도 했다. 빨갱이 단어가 일제에 의해 이용되었으므로 써서는 안 된다는 말로 들렸다.

하지만 “빨갱이(red)”는 공산주의자 또는 용공분자를 지칭하는 국제 공통어이다. 특히 오늘의 보수는 색깔론을 “경쟁세력을 비방하는 도구”로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도 자신이 ‘종북’ 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언젠가 토로했을 정도로 ‘종북’이란 단어 조차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보수 세력에 의해 “색깔론”이 “기승을 부린다”고 했다. 그가 색깔론 기승을 두려워한 데는 필시 까닭이 있다. 좌편향 정책에 대해 야당과 보수 언론이 “빨갱이”로 몰아붙이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한 역(逆)색깔론으로 보인다. 그는 친북유화책이 “빨갱이” 작태가 아니라 남북 “평화와 번영”을 위한 착한 정책으로 인식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친북에 대한 비판은 외국 언론 매체들이 먼저 썼다. 외국 언론은 그를 “김정은 수석 대변인” “북한 외무장관” 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색깔론 “기승”을 막기 위해선 김정은 대변인으로 지탄받는 대변인 역할을 중단하면 된다. 그리고 협량한 분열 정치를 멈추고 포용으로 나서면 된다. 문 대통령의 주장대로 “분열의 정치”와  “낡은 이념의 잣대”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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