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 신체 특정 부위 자각적 냉각과민증… 혈액순환이 관건]

 

인간은 모태의 따뜻한 양수 속에서 세포 분열과정을 거쳐 태중에서 40개월을 보낸 항온동물이다. 본능적으로 냉한 것보다는 온기를 찾는 이유도 태고적 존재한 이러한 환경에 근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선사시대부터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불과 옷을 넉넉하게 준비하는 데 온 힘을 쏟기도 했고 불을 차지하기 위해 종족 간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감각적으로도 냉정한 이미지보다는 따뜻하고 훈훈한 인상이 인간관계 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고 본인이 수족냉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악수를 꺼려하거나 스킨십을 피하기도 한다. 냉한 손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차가운 기운이 타인에게 전달되는 것 자체를 부자연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족냉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의 범주에 들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증상을 앓고 있는 동안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을 준다.

냉증은 의학적으로 냉각과민증(cold hypersensitivity)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추위를 느끼지 않을 온도에서도 신체의 특정 부위가 차고 시려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한중일 등 아시아권에서 의학 및 사회 통념적으로 존재해 온 용어다. 신체의 다른 부분은 전혀 냉감을 느끼지 않는 실온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특정 부위만이 차가움으로 느끼는 경우 또는 신체 및 신체 각 부위에 자각적으로 냉증의 고통을 느끼는 것, 급격한 외인으로 일어나지 않고 비교적 만성적으로 진행한다. 

냉증의 유병률은 인종과 성별에 따라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특히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빈번하고 남성보다 여성에게 1.5~2.5배 가량 높으며 30~40%의 여성이 냉증을 호소한다. 연령별, 시기별로 보았을 때 20-30대 가임 여성이 가장 많으나 사춘기, 갱년기에도 발생하며 특히 산후 여성에서 주로 발생한다. 부위별로 보면 전신(全身), 수족(手足), 소복(小腹), 음부(陰部), 요부(腰部), 배부(背部)의 순으로 다발한다. 이 중 손발이 차고 시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부냉증과 족부냉증을 합하여 수족냉증이라고 한다. 수족냉증은 다음의 세 가지 경우로  분류를 할 수 있다. 첫째, 실제로 손과 발의 체온이 정상인데 냉증을 느끼는 경우 둘째, 손과 발의 체온이 낮고 자각적 냉증을 느끼는 경우 셋째, 손과 발의 체온이 낮으나 자각적 냉증을 보이지 않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둘째 경우를 수족냉증이라고 하고 레이노 현상, 말초순환부전, 말초신경병증 등에서 나타날 수 있다. 넓게는 이 세 가지 모두가 포함될 수 있다. 

수족냉증이 있으면 손으로 일할 때 불편감을 호소하고 여름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양말이나 장갑을 신어야 하는 불편으로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양방의학에서 체온은 시상하부에서 조절되며 이는 피부질환의 수축과 땀 분비, 그리고 근육의 운동과 대사활동조절로써 수행된다. 인체는 전신의 온도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어 있다. 그것은 따뜻한 혈액이 몸의 구석구석까지 흐르고 있기 때문인데 일정부위의 혈액순환이 불충분해지면 열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 부분이 차가워져 버리는 것을 냉증으로 보고 있다. 혈액순환이 부족한 원인으로는 위장장애에 의한 체력저하, 빈혈, 저혈압, 자율신경이상으로 인한 모세혈관의 수축, 수분대사 장애, 골반 내의 울혈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수족냉증의 원인질환으로는 레이노병, 류마티스성 질환, 디스크나 말초신경염, 손목터널 증후군, 갑상선 기능저하, 혈관질환, 약물부작용 등이라고 알려져 있다. 

수족냉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단순한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건강상의 문제로 인식하고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족냉증의 원인인 레이노병, 류미티스성 질환, 디스크나 말초 신경염, 손목터널 증후군, 디스크나 말초 신경염, 손목터널 증후군, 갑상선기능저하, 혈관질환 등 의학적으로 규명된 질환도 있지만 원인불명의 경우가 많고, 이들 원인에 따라 치료를 하여도 치료 효과에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불편함을 참거나 건강식품 등 근거 없는 치료법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냉증의 원인으로는 혈허(血虛), 어혈(瘀血), 울혈(鬱血), 기허(氣虛), 수독(水毒), 비양허(脾陽虛), 신양허(腎陽虛), 그 외 자율 신경 실조증, 심신증, 갱년기 장애, 저혈압증, 빈혈, 현대의 냉방병 등이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여성 질환과 한냉(寒冷)의 병기는 관련이 높다. 여성은 한냉사(寒冷邪)에 상하기 쉬우며 양허(陽虛)한데 혈(血)이 한냉(寒冷)의 사기를 받거나, 과식생냉(過食生冷)하여 한종내생(寒從內生)하여 한냉의 사기가 자궁이나 충임맥(衝任脈)에 들어가면 혈이 응결되고 응체불통(凝滯不通)하여 월경후기, 월경과소, 통경, 폐경 등의 증상이 발한다고 하였다. 이를 통해 한냉이 직, 간접적으로 여성 질환의 주된 원인임을 알 수 있다. 

그 치료로는 침치료, 뜸치료, 약침치료등을 이용하고 있으며 한약치료로는 이중탕(理中湯), 계지복령환(桂枝茯笭丸), 온경탕(溫經湯), 팔미지황원(八味地黃元),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등을 사용하고 있고,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수족냉증은 아직까지 증상명이지만, 화병과 같이 하나의 증후군으로 한의학적으로는 질환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족냉증은 정확한 상병명이 없고 한의학에서 변증진단이나 치료에서 사용되는 주요한 증상으로 여기며 질병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불편감을 호소하기 때문에 증상이 아닌 미병(未病)상태로 생각하여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여름에 비교적 수족냉증이 호전되었으나 최근에는 에어컨의 잦은 사용으로 여름에도 수족냉증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었다. 적절한 건강관리와 치료로 예방을 해야 이로 인한 2차적인 불편과 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니 증상이 호전되기 전까지 면밀하게 살피며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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