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간은 어딜 가나 주 초에 끝났던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전당대회 뒷얘기가 화두였다. 누가 이기고 진 것에 대한 관심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그보다 ‘아름다운 패배’ ‘패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가슴 뭉클하고 코끝 찡했던 소회가 국민마음을 파고든게 사실이다.

처절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정도로 치열했던 경선과정은 많은 국민들에게 경선 후의 한나라당 진로에 우려를 자아내게 했었다. 어느 쪽도 패한 결과를 쉽게 승복해 다시 힘을 합치게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일부 관심가진 사람들은 그때부터 벌써 ‘패군지장(敗軍之將)’의 ‘그릇’이 어느 정도로 어떻
게 나타나느냐는 문제에 모든게 달렸다고 봤었다. 한나라당 운명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장래가 판가름 날것이라고까지 여겼었다.

그처럼 국민 각 계층이 우려하는 가운데 분패를 확인한 박근혜 경선후보가 그 즉시 너무 대인(大人)스럽고 아름다운 풍모를 만천하에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지지여부를 불문해서 모든 국민이 그를 주목치 않을 수 없었다. 감동의 대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순간 비로소 많은 국민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 했을 것이다. 역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희망 있는 나라임에 틀림없다는 판단도 들었을 것이다.

주눅 든 국민들에게 미래가 보이는 듯한 희망을 안겨줘 세상 살맛을 느끼게 만든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에 어떤 찬사를 해도 앞으로 역사가 내릴 평가에는 못 미칠는지 모른다. 그만큼 박 전대표는 이 나라 대선후보 경선 역사를 새로 창조하고, ‘원칙’을 아는 지혜가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 것인가를 새삼 일깨운 정치 의식혁명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 정치지도자의 덕목 가운데 가장순위는 시대에 관계없이 ‘원칙 지키는 힘’ 항목 될 것이 분명하다.

박 전경선후보는 또 이명박 후보가 이제 위상을 세워야 할 시점에 자신이 언론에 등장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당분간 언론과의 만남마저 피할 작정인 것 같다. 석패의 눈물을 보인 측근의원들에겐 “내가 많은 남자를 울리네요”라는 농담으로 위로했다고 한다. 비록 2008년 대선후보의 꿈은 접게 됐어도 인간 박근혜, 그는 한국정치 장래에 있어 보옥 같은 자산의 가치를 아주 선명히 나타냈다. 누구도 더는 그를 폄훼하는 말 따위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그를 편들 국민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만하면 이번 박 전대표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나 지지자들이 너무 속 상해하거나 크게 안타까워 안 해도 될 만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런 판에 지지세력 일부가 철야농성을 벌이고 경선불복 서명운동을 한다고 했다. “여론조사과정에 문제 있었다. 박 전대표는 승복했지만 당의 주인인 당원이 승복하지 못한다면 경선을 무효화해야한다”는 주장이 펼쳐졌다. 이성적 판단보다 격해지고 억울한 심정을 억제치 못한 감정적 선택임을 모르지 않는다. 또한 이정도 경선후유증도 없으면 너무 재미없고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도 아주 없진 않다.

그러나 사랑하는 모임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만드는 역작용은 지금의 박근혜 대표에게 너무 송구스런 일이다. 11년 전 이명박 후보가 55세 되던 해는 그가 갓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하는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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