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키모족이 곰 사냥을 할 때는 세 사람이 동맹하는 ‘삼방렵법’을 쓴다고 한다.

이 곰 사냥법은 먼저 곰을 발견한 사냥꾼이 약속된 장소로 도망치면서 곰을 유인하면 길목을 지키고 있던 다른 창잡이가 나서 곰을 향해 창을 꽂는다. 이 때 창 하나에 죽지 않은 곰이 가해자를 향해 쫓아오면 또 다른 길목을 지키고 있던 제3의 창잡이가 거푸 창을 꽂아 곰을 잡는 방법이다. 이렇게 수렵된 곰을 세 사람이
균등하게 나누어 가진다.

종래 우리의 사냥법은 이런 동맹 없이 덫과 함정을 이용해서 멧돼지 등을 잡았었다. 그런 것을 이제 우리 사냥(?)방식이 ‘삼방렵법’을 따르는 듯해 보여 조소가 절로 나온다. 한국 차기대권의 가장 유력주자로 자리를 굳혀온 이명박 후보 관련 검찰수사가 진행되기까지 양상이 꼭 그 꼴이다. 소위 ‘이명박 부동산 게이트’의 선제공격수였던 여권 및 박근혜 측의 문제제기 정황이나, 공격자에 대한 이명박 캠프의 거센 반격형태, 또 김재정씨의 고소취하 여부와 상관없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검찰의 강력한 수사의지가 곰 사냥하는 삼방렵법의 진수를 환히 보는 것만 같다.

남은 문제는 과연 곰(?)이 죽어서 세 사람에게 고루 제살을 먹히게 될 것이냐, 아니면 죽음의 계곡을 여하히 탈출 할 수 있을지의 여부만 남는 것 같다. 여기서 세 사람은 지금 봐서 범여권 하나, 박근혜 측 하나, 제3세력의 검찰(집권층) 몫이 하나 됨은 더 말할 게 없다.

그러니까 과거시절에 독재정권 등이 자행시켰던 공작정치는 순 토종식 사냥법을 따랐던 셈이다. 제3세력과의 동맹 없이 외통수 덫을 놓아 정적을 함정에 빠지게 한 우리 정치공작수법은 4년반 쯤전엔 한반도 땅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게 너무 낯부끄러웠는지 작금에는 삼방렵법의 곰 사냥법이 도입되는 첨단까지 이른 것 같다.

하긴 우리 정치권에선 진작부터 ‘합종연횡’이란 말을 아주 버젓하게 당당히 사용해왔다. 모르긴 해도 이 합종연횡 용어는 대통령선거 때마다 출몰했던 단어지 싶다. 에스키모 곰 사냥꾼들의 ‘삼방렵법’과 이 땅 정치꾼들의 ‘합종연횡’이 수법도 그렇지만 그 취지, 목적 면에서 닮아도 너무 기막히게 닮았다.

다 알다시피 정치권의 합종연횡은 지지율 저조로 도저히 승산이 서지 않는 대선후보가 1위 후보와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2위 후보와 연대해서 정권을 도모하려는 행위를 일컫는다. 다시 말하면 새 짝 맞추기를 하고 줄 세우기 하는 정략이다. 이런 합종연횡을 성공시켜서 정권을 차지하게 되면 제3의 동맹자가 일정지분의 정치권력을 보장 받는다는 말은 하나마나한 얘기일 것이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김대중씨와 김종필씨가 동맹했던 이른바 ‘DJP연합’이다. 두 사람은 동맹을 적절히 활용해 정권 창출에 성공했었다. 물론 JP는 국무총리 자리를 꿰차고 2인자의 실세총리 권력을 상당기간 누렸었다. 어차피 지지율 끌어올리고 1등 하기가 어려운 후보들에게 동맹의 유혹은 아주 대단한 것이다.

때문에 올 대선을 앞두고는 우리 정치권에 유례없는 합종연횡의 시대가 도래 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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