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모습을 돋보이게 하려는 화장술이 이제 여인들 세계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적잖은 남성들이 얼굴 화장에 관심을 보이고, 특히 ‘비즈니스’효과를 위한 남성화장이 권장되고 있는 정도다.

이로써 세상 남자들이 ‘여자들의 화장자체가 속임수’라는 말은 더 못하게 된 것 같다. 극(劇)소설 ‘햄릿’에서 햄릿은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한 오필리아에게 “신이 만들어준 얼굴을 너희 여자들은 화장으로 딴 얼굴을 만들고 있다”고 질책한다. 그는 보다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는 여자의 화장욕심을 본 얼굴을 감추고 속이는 ‘거짓’행위로 질타해댄 것이다.

우리네 소설 속에도 여인의 꾸며낸 화장술에 속아 패가망신한 남정네 이야기 같은 것이 심심찮게 들어 있다. 우리 백성 누구나 아는 ‘배비장전’에서 기생 애랑이는 엷은 화장술을 이용해 청순가련형의 여염집 소녀과부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거짓눈물과 거짓사랑으로 배비장을 알몸으로 벗겨버리고 나중에는 이빨까지
뽑아버린 해학의 스토리가 아주 정겹게 전해내려 오는 터다. 요악한 얼굴표정을 화장술로 포장한 소설 아닌 실제 역사 속 왕조시대 궁중비화도 더러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장희빈’에 얽힌 사연쯤이 되지 않을는지 싶다. 이렇듯 화장술은 얼굴표정을 영판 다르게 나타내는 분장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얼굴뿐 아니다.

말(言)도 묘하게 화장을 한다. 난세일수록 본마음을 숨긴, 묘하게 분칠을 한 말장난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법이다.

물론 거짓말은 그 질에 따라 ‘양질(선의)의 거짓말’과 ‘악질의 거짓말’로 나눌 수 있다.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장편서사시 ‘신곡’에서는 지옥 순례 길에 거짓말한 사람의 심판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하얀 거짓말’을 한 사람은 구제를 받고 ‘검은 거짓말’을 한 사람은 단죄를 받는다. 하얀 거짓말은 ‘양질의 거짓말’로 남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선의의 거짓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며칠 전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대표와 이명박 전시장이 당의 대선후보 경선주자등록을 했다. 바야흐로 가파른 대한민국 대선정국의 도래일 것이다. 경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두 후보 간 검증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로의 정치생명이 걸린 만큼 악질의 검은 거짓말이 난무할 공산이 짙다. 이런 마타도어 선거전법이 이 나라 정치역사를 얼마나 황폐하게 해놓았는지를 모르지 않기 때문에 우려는 배로 더하다. 한나라당 내부가 작금의 이 ‘네거티브’현상을 막지 못하면 한나라당 미래는 더는 기대 안하는 게 좋다.

여권도 마찬가지지만 한나라당이 대선주자도 살고 당도 살기 위해서는 후보들의 그동안 세간에 부상한 의혹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진실만을 밝혀내 국민들에게 말해줘야 한다. 단순한 경쟁적 상호비방 정도로 적당히 덮고 넘어갈 요량 같은 것은 꿈에도 해선 안 된다. 대선주자들이 그 검증을 어물쩍 피하려 들거나 거짓말을 할 경우의 피해는 그대로 국민 몫이다. 그 점에서 대선후보의 거짓말은 가장 ‘악질의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 앞에 죄를 만드는 결과이기도 하다. 여러 대선 주자들은 이를 명심해서 얼굴에 가려진 화장을 걷어내고 거짓 없는 얼굴을 보여야 한다. 그 길
이 최선의 득표 전략도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