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사회 지도자에는 ‘보스’가 있고 ‘리더’가 있는 법이다. 보스라고 하면 우선 완력이 세고 아랫사람들의 복속력이 강한 폭력조직 같은 불법단체의 우두머리(두목)를 떠올린다.

원래 두목(頭目)이란 말은 예전에 무역을 목적으로 중국 사신을 따라온 북경 상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 것이 점차 눈앞의 이해에만 민감해하고 지성이 없는 패거리집단의 엄지(왕초)를 두목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두목) 말 표현이 세상천지가 영어판 되면서부터 보스로 불려 지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한 ‘리더’는 현실적 이해에 구차해하지 않고 앞을 내다보는 지혜로 현실 난관을 타개해나가는 지도자를 뜻해서 일컫는다.

맹자는 그의 제자인 낙정자(樂正子)가 노나라의 재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그러나 그의 문인 공손축(公孫丑)이 “낙정자가 그렇게 덕망 있는 사람입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그 즉시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공손축이 “그럼 통솔력이 별난 데라도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맹자가 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공손축이 “그러면 정치가로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자가 재상이 됐는데 왜 그리 기뻐하십니까”하니, 맹자는 “낙정자가 이렇다 할 뛰어난 재간은 없지만 남이 보지 않는 먼 앞날을 볼 줄 알고 그 앞날로부터 현실을 소급하여 욕을 먹건 지탄을 받건 굽힘없이 실천하는 역량이 있다”면서 “그걸 알아주는 임금이 있어 기쁠 따름이다”라고 했다.

이는 낙정자의 재상발탁이 보스형 기질 때문이 아니라 리더의 덕목을 평가받은 결과였다는 후세교훈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올 12월 대통령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보스를 뽑을 것인가, 리더를 뽑을 것인가의 중대한 기로에 우리 유권자들이 서 있는 것이다.

먼 미래를 설계하지 않고 눈앞 이익만을 좇아 잔꾀를 서슴지 않는 보스(두목)가 국가 장래를, 후손들 미래를 깊게 생각할 수가 없을 것이다. 국민이 보스형 지도자를 만나면 당장의 나라 살림은 근근이 꾸려가겠지만 얼마 안가서 나라 전체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비록 현실이 고달플지라도 옳은 리더형 지도자만 만나면
조국 대한민국은 얼마든지 무지갯빛 청사진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작금의 이 나라 정치판 사정을 정신 바짝 차려서 꿰뚫어 주목해야 한다. 도토리 키재기 하는 범여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패거리를 모으고 있는가를 눈 부릅떠 보면 골목대장이 보스 흉내 내려는 안쓰러움마저 배어날 것이다. 여권에 비해 상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두 주자 진영에서 펼쳐지는 짓거리도 다만 패거리 두목을 받드는 ‘나와바리’ 뺏고 먹히는 주먹다짐형국 그대로 같다.

보스자리 탐내다가 잘 안되니까 ‘나와바리’뛰쳐나와 총대 거꾸로 멘 가관의 골목대장 모습도 한눈에 비춰진 바다. 그 당에서 국회의원 세 번씩하고 장관에, 도지사에 온갖 덕을 다 본 사람이 “나는 줄곧 찬밥”이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유권자들 어안이 벙벙했지 싶다. 불과 한 두달 전에 “우리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을 책
임져야한다” “내가 한나라당 그 자체다”라고 했던 사람이 지금 그 사람 맞나? 도 싶을 것이다.

이런 골목대장들이 오르고 커봤자 패거리 ‘보스’가 한계일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건 ‘리더’의 덕목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