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들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없애야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 때마다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여야정치권의 이해가 부합돼 그대로 골격을 유지해 온 터다.

숱한 공천헌금 비리를 일으켜 정치권 부패를 만연시켜놓은 책임이 지대하다. 영남, 호남, 충청권으로 대별되는 지역주의가 정당존립의 기반이 됨에 따라 기초단체 공천권을 놓고 지역분할을 드러낸 정당 매관매직이라는 질타가 높았다.

전국자치구는 16개시도에 75개시, 86개군, 69개구로 돼있다. 재정자립도는 아직까지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140개 시·군·구는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적지 않은 곳이 지방세를 포함한 자치단체 수입을 다 합쳐도 직원들 인건비를 못 맞춰 빚내 월급을 줘야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단체장의 전용차량은 장관급의 대형 고급승용차를 타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됐다. 어떤 보도에 의하면 재정자립도가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 65곳의 시·군·구청장 가운데 중형차 타는 사람은 18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가 5,000만원대 이상의 최고급차를 탄다고
한다. 그이상의 초대형 리무진승용차를 타는 시골군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기업체라고 치면 직원급료도 줄 수 없을 정도의 회사대표가 자신은 최고급차를 굴리는 꼴이다. 특히 작년 5·31선거 뒤 차를 바꾼 지자체장이 67명으로 확인됐지만 2000cc미만차를 구입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현실 재정자립도가 겨우 14.5%인 강원도 모지역 군수가 6,300만원짜리 초특급승용차를 탈 정도다. 물론 그렇지 않은 단체장도 있다. 새 차 구입 후 5년 넘은 차를, 그것도 2000cc미만의 중형차를 그대로 타고 있는 기관장이 16명인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찬기 부산 동래구청장 같은 이는 민선1기때 구청장이 구입했던 ‘포텐샤’ 중형승용차를 11년이 지난 아직까지 그대로 타고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구청장은 당선 후 기관단체의 재정상황을 살펴보니 도저히 새 차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차량 노후에 따른 몇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수리해서 타고 다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짐작한다는 우리속담이 있다. 이런 승용차문제 하나에서 우리는 자치단체장들의 마음가짐을 쉽게 알 수 있다. 승용차를 최고급으로 타는 단체장이 자신 집무실인들 검소하게 해놓을 리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 돈 내는 것 아닌데 임기동안 ‘번쩍번쩍’ 광내보고 싶은 속내가 분명할지 모른다.

재정자립도 16% 남짓한 경북북부 모단체장은 새 청사 지은지 오래 안돼놔서 비교적 넓고 깨끗하다는 집무실을 취임 8개월 만인 지난3월에 1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벌여 빈축을 산 바 있다. 시장실 천장 및 멀쩡했던 바닥내장을 뜯어내는데 대한 억측이 난무한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혹 선거 때 상대후보였던 전임시장의 흔적을 아예 지워보려는 속셈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자치단체장의 ‘의식세계’가 옳지 못할 때의 피해는 모두 유권자들 몫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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