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선기류가 심상치 않다.

정권중심부에서는 진작부터 한나라당 후보로 박근혜 전대표가 될 것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이 나왔었다. 이유는 이명박 전시장 지지도에 거품이 빠지면서 ‘제2의 이인제’가 될 것이라는 데서였다.

때문에 범여권에서는 성급하게 ‘대항마’를 떠올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당연히 가졌을 만하다. 정운찬 전총장 등의 몇 애드벌룬을 띄우며 느긋하게 한나라당 결과를 지켜본 연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의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분열의 모양새나 균열의 크기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를 예단키는 어려우나 절대 간단치가 않을 전망만은 확실해 보인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시기와 방법을 협상했던 경선준비위는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한 채 지난 9일 활동을 마감했다. 활동시한을 연장하는 2차 경준위에는 손학규 전지사측이 끝내 불참을 통보하고 나섰다. 손 전지사는 현행 규정대로의 경선이 실시될 경우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벌써부터 했던 바다. ‘7월경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경선에 후보등록을 하지 않는 ‘경선불참’은 탈당 할 경우 다른 당 후보로의 출마자격을 갖는 휴화산(休火山)이 되는 것이다. 그 반대는 탈당하지 않고 다른 유력주자와의 연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걸 기대할 싹수는 지금 작게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손전지사는 최근의 측근회의를 통해 “혹시나 내가 누구 선대위원장이나, 총리나 맡아서 다음에 어떻게 해볼 걸로 생각 말라” “난 하는데까지 하고 아니면 정치 안 한
다”는 못을 박았다고 한다.

그가 어떻게 하든 이번 대선에서 승부를 보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 전시장과 박근혜 전대표간의 경선시기와 방식을 놓고 벌이는 싸움도 계속 커지는 양상이다. 유권자들이 냉소하고 혀를 차든 말든 한나라당 모습은 이렇게 엎어지고 자빠진다. 여권쪽에서 후보만 나오면 이 꼴 보기 싫어서 옮겨갈 유권자가 차곡차곡 예비 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채 말이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결과로는 유권자 절반 이상이 “경선 전에 이명박 전시장과 박근혜 전대표가 갈라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여권의 마땅한 대항마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독자출마’가 더 유혹적일지 모른다. 범여권 세력이 이를 의식해 한나라당 두 유력주자의 승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진짜 판은 그 후에 짠다는 전략일 것이다.

잘하면 둘 중 한 사람마저 경선을 거부하거나 경선 전에 탈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갑절은 돼 있을 것 같다. 이 대목은 유권자들이나 한나라당 내부에서까지 내심 우려하는 부분일 것이다. 만일 손 전지사가 범여권으로 넘어갈 경우는 여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론이 먹히지 않는 기막힌 상황이 된다. 이런 매력적 카드를 여권세력이 쉽게 접어 포기할 수는 없을 판이다.

또한 “선거중립은 지켜도 정치중립할 이유는 없다”고 강변한 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대선에 적극 개입할 것이란 견해다. ‘개헌제안’도 그 일환으로 통한다. 거기에 ‘북한변수’라는 무시 못할 돌발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필패론’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