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 느낄 틈 없는 청량함 가득한 길
- 왕복 7㎞ 자연흙길·목재데크로 구성

[일요서울ㅣ산청 이도균 기자] 어느새 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 6월이 코앞이다. 벌써부터 수은주가 30도를 넘기며 올해도 어김없는 무더위와의 전쟁을 예고한다.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 생태탐방로 @ 산청군 제공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 생태탐방로 @ 산청군 제공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 전에 ‘몸을 보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어 지리산이 품에 안고 있는 고장 산청의 대원사 계곡을 찾았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시원할 법 하건 만, 한여름 같은 날씨에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웬걸, 대원사 계곡길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청량감이 전신을 감싼다. 도심의 에어컨이 내뿜는 답답한 찬바람은 감히 흉내도 못 낼 시원함이다.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 생태탐방로 @ 산청군 제공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 생태탐방로 @ 산청군 제공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리라. 조금 서둘러 발걸음을 하길 잘했다 싶어 뿌듯하다.

생태탐방로로 만들어진 대원사 계곡길은 계곡 입구 주차장(삼장면 평촌리 유평주차장입구)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까지 왕복하면 7km 정도의 코스다. 살짝 오르는길임을 감안하면 3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로 걷기에 딱 좋다.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 생태탐방로 @ 산청군 제공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 생태탐방로 @ 산청군 제공

산청군과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구간을 목재데크와 자연흙길로 조성했다.

특히 대원사 앞에 설치한 길이 58m길이의 교량은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새로 만든 다리인데 낯설지 않다. 주변 풍광과 잘 어우러져 그렇다.

다리 위에 오르니 엊그제 내린 비로 불어난 계곡물이 내 몸을 관통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기암괴석을 휘돌아 나가는 옥류 소리’라 하더니 과연 그렇다.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     © 산청군 제공
산청군 대원사 계곡길 © 산청군 제공

교량을 건너면 대원사 계곡길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물길을 거슬러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빼곡히 드리운 나뭇잎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자 서늘함마저 드는 기분이다.

탐방로는 전체적인 경사도가 매우 완만해 노약자도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탕방로 곳곳에 전망대와 쉼터, 해설판이 있어 쉬기에도, 계곡을 헤아려 보기에도 좋다.

대원사 계곡은 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피난길에 소와 말의 먹이를 먹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남명 조식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선비들이 천왕봉에 매료돼 그 모습을 보려 지리산으로 오른 유람길 이기도 하다.

산청군 대원사 대웅전     © 산청군 제공
산청군 대원사 대웅전 © 산청군 제공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전후 등 격동의 시기,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 혹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어 준 애환의 길이기도 하다.

이렇듯 대원사 생태탐방로는 그저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의 아름다움만을 보여주는 곳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의미 있는 장소다.

대원사를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 단풍이 내려앉은 가을의 이곳이 벌써 궁금해진다. 파란 하늘과 푸른 계곡, 형형색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반기리라. 그때 또 이곳을 찾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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