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세론’을 말하자면 2002년 대선전(前), 그러니까 지난 2001년 말부터의 이회창 전한나라당 총재 지지도변화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총재의 그즈음 지지율 40%내외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이 전시장의 지금시기와 다르지 않지만 내용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당시 이회창 지지도는 현재와 달리 여권후보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에서의 양자 가상대결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전시장의 현재 지지율은 최대로 9명의 가상후보를 놓고 벌인 적합도 조사에서 나오는 수치다. 그때와 크게 다른 점 또 하나는 넓은 한나라당 지지층을 박근혜 전대표와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이 전시장의 지지율은 이 전총재의 그때보다 훨씬 높게 상정할 수 있다. 깎아서도 60%를 넘는 꿈의 지지도일 수가 있다. 60% 넘는 꿈의 지지율은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국민경선 바람을 타고 잠깐 기록했던 적이 있다.

이 전시장에게 유리한 기류는 많다. 2002년 대선 때는 반한나라당, 반이회창 구도가 명확했었다. 지금은 그런 식의 구도가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이 또한 이명박 지지율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으리라는 근거로 꼽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이명박 지지층이 한나라당이 그렇게 바라던 외연확대의 극한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이 전총재가 지역적으로는 영남, 이념적으로는 보수, 연령층으로는 50대 이상의 중점 지지기반을 가졌던데 비해서, 이명박 지지층은 수도권지역과, 중도를 포함한 진보 보수 양쪽 다에다 40대 지지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 전시장이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에다 그동안 한나라당을 외면하던 층까지 고루 끌어들인 결과로 분석된다. 그만큼 ‘이명박 대세론’은 실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냉정히는 그 부분들이 오히려 이명박 지지도가 불안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수도권, 중도, 40대는 비교적 ‘이슈’에 민감한 층이다. 따라서 얼마든지 유동적일 수 있다. 이들의 지대한 관심은 확실한 대항마가 나타날 수 있느냐에 관해서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 전시장이 대항마가 나타나기도 전에 ‘대세론의 덫’에 걸려버렸다.

최근 피할 수 없이 다가온 ‘올가미 덫’도 있지만 스스로에 의한 것도 있다. ‘충청무시발언’에 이어 “애도 안 낳아본 사람이 뭘 아느냐”는 ‘육아발언’등은 백보를 양보해서도 사려 깊지 못했었다. 주변참모들 실수가 많아지는 점도 대세론의 함정이 되고 있다. 이 전시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중진의원들이 후배의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향후 당권 운운하는 ‘협박성발언’을 했다는 말썽은 이전부터였다. 아무 알맹이도 없었다는 ‘정인봉X파
일사건’ 후속으로 터진 이명박 전시장 비서출신 김유찬씨의 ‘위증교사’폭로전 파장이 간단치만 않을 것도 같다.

이렇듯 ‘이명박호’의 고공비행은 역대 어느 대선주자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을 지닌 반면에 과거주자들이 걸려들었던 대세론의 덫에 걸릴 확률도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세론’은 명암을 동시에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지도가 높아지다 보니 캠프 내부분위기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 전 시장과 참모들 간의 토론하는 분위기 대신 눈치 보는 빛이 역력해졌다는 것이다. 자업적인 ‘이명박 대세론의 덫’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