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해 5월 폐지했던 정무수석실을 1년만에 다시 부활시키는 방안을 극비리에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수석실의 부활은 노무현 대통령이 ‘탈 정치’를 선언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청와대 ‘안방정치’가 부활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정무수석실 부활의 직접적인 계기는 열린우리당의 4·30 재보선 결과와 깊은 연관을 가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재보선 결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간에 보다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요하다는 내부의견이 대두했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청와대 정무수석은 유인태 의원(당시 정무수석)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뒤 공석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5월 대통령 탄핵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청와대 직제개편에서 폐지됐다. 당시 청와대가 팀제로 바뀌면서 정무팀은 비서실장 산하로 들어갔다. 표면적인 이유는 청와대의 ‘탈 정무’ 선언이었지만 사실상 청와대의 정무기능이 축소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4·15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것도 정무수석 폐지에 한몫 했다. 야당이 절대다수였을 때와는 달리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여당의 힘으로 충분히 정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던 셈이다.

04년 4.15총선 과반의석 차지도 정무수석 폐지 한 몫

그러나 최근 4·30 재보선에서 여권이 참패하며 야대여소 정국으로 바뀌자 예전과는 사정이 달라졌다. 여권 단독으로 일처리가 불가능해져 야권과의 국정현안에 대한 조율과 협력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축소됐던 정무팀의 부활을 고려하고 있다. 여권 내에선 벌써부터 상당수 인물들이 정무수석 자리에 하마 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에서 종반까지 2위권을 달리다 막판 유시민 의원의 ‘반정동영’ 변수에 무너진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다. 김 전장관이 1순위 적임자로 떠오른 배경에는 오랜 야인생활에 종지부를 찍어주고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크다. 실제 김 전장관은 중국유학을 마치고 정치일선 복귀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당권경쟁에서 밀리면서 다시 야인생활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몰렸다. 김 전 장관 자신은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있는 자치분권연구회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김두관 전장관 자치 분권 연구회로 재기 노려

이를 고려할 때 김 전장관의 정무수석카드는 한때 ‘리틀 노’라는 애칭과 함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약 대권후보 반열에 올랐던 그를 계속 방치해 둘 순 없다는 정치적 배려가 저변에 깔린 셈이다. ‘김두관 활용론’은 현재 표면에 부상한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한 견제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동영, 김근태, 이해찬 이른바 여권의 ‘빅3’를 견제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 김혁규 의원과 함께 영남권을 대표하는 인물인 그를 활용할 경우 현 빅3로 좁혀진 듯한 모양새를 띠고 있는 구도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이다.

정, 김, 이 여권 빅3 견제카드 김두관 활용론 대두

김 전장관의 정무수석 카드는 여권 내 PK 사단이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방자치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 전장관을 일선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장애물도 많다. 행장부 장관시절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에 의해 낙마했던 김 장관은 야당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 한나라당과는 한 차례 악연이 있고, 민주당과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통합반대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등 불편함이 있다. 참여정부의 대야관계를 책임져야하는 정무수석 자리를 맡아 수행하기엔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셈. 이에 대해 김 전장관측은 “아직 향후 행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은 없다”면서 “일단 자치분권연구회 활동을 통해 내년 지자체 선거에 좋은 후보를 발굴하는 데 올인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총선에서 낙선한 여권의 한 인사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최종결심은 노무현 대통령의 몫이다. 주변여건이 정무수석을 고려해야하는 상황으로 가는 분위기지만 노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김두관-유시민 이상기류

김두관, 참정연에 머무르지 않고 각 계파와 연대 움직임

동갑내기 친구 사이로 여권의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를 이끌어오던 쌍두마차 김두관 전장관과 유시민 의원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당권을 놓고 치러진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롯됐다. 유 의원의 적극적인 권유와 정치활동재개를 위해 당권도전에 나섰던 김 전장관과 참정연 회원들의 높은 지지를 기반으로 출마했던 유 의원은 당초 연대의사를 밝히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당시 김 전장관은 “유 의원과 나는 서로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말로 단일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간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고 지도부 동반 입성을 목표로 각자의 길을 선택했다. 결과는 유시민 의원만 턱걸이로 상임중앙위원에 선출됐다. 선거종반까지 문희상 대세론을 추격하며 내심 당의장까지도 넘봤던 김 전 장관은 다시 좌절의 쓴맛을 보았다. 특히 이번 선거의 패배는 김 전장관에겐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김두관은 무난히 지도부에 입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선거 막판 터진 유 의원의 ‘반정동영계’ 발언이 유 의원보다 김 전 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유 의원에 대한 386의 공격을 적극 방어했지만 유 의원 발언의 역풍을 맞고 만 것. 이 때문에 김 전장관 캠프 일각에선 유 의원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왔다. 최근엔 김 전장관의 참정연 대표사임을 두고 유 의원과 결별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김 전장관측은 전대과정에서 섭섭함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장관측 관계자는 “결별은 아니다”며 “김 전장관은 앞으로 참정연의 활동에만 매몰되지 않고 우리당에 있는 여러 세력과 연대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운신의 폭을 넓히고 내년 지자체 선거를 위해 참신한 후보들을 발굴하고 세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당분간은 참정연 보다 자치분권연구회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도부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야인생활로 돌아가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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