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복귀는 이뤄진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권출마’, ‘킹메이커론’ 등 본인의 복귀의사와 무관하게 정치권은 그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창의 남대문 사무실은 정치권 인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전언이다. 특히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창의 측근들은 정치 원로로서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컴백을 요구하고 있고 최근 법원이 ‘병풍’ 소송에서 이 전총재의 손을 들어줘 그의 정계복귀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그 동안 ‘창의 복귀’는 팬클럽인 ‘창사랑’과 일부 측근들이 물밑에서 진행해 왔다. 대선 패배 이후 주춤하며 활동이 없었던 창사랑은 이 전 총재의 측근인 백승홍 전 의원을 회장으로 영입, 본격적인 창 복귀 분위기 조성에 들어갔다. 지난 7일 동대구호텔에서 열린 ‘창사랑 전국 시·군·구 대표자대회’에서는 “이 전총재의 지도이념을 계승발전시킨다”는 요지의 선언문을 발표해 사실상 창의 정계복귀를 요구했다.

대표를 맡고 있는 백 전의원은 “목표치는 1개 시군당 1만명, 전국 15개 시·도에서 20만명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대구와 서울은 더 많이 모집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전국을 돌며 매월 한 차례씩 4~5백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대표자대회를 통해 현재 2만5천명 정도인 창사랑 회원을 2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도 가동하고 있다. 최근엔 홈페이지에 창사랑 지도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고 시·군·구별 운영진을 공개모집하고 있어 조직재건과 외연확대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백 전의원은 “이 전총재가 너무 칩거 생활을 하고 있는데 1천만표를 두 차례에 걸쳐서 국민들에게 받은 만큼 국민이 우선이 돼야 한다”며 “총체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현시국에 국민을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찾아서 해야 한다”고 창사랑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 전총재의 복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고, 결정은 본인이 직접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사랑이 촉발시킨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 분위기 조성은 최근엔 중앙정치무대로 옮겨진 양상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지난 2002년 대선때 불법대선자금 모금을 두고 당에 씌워진 ‘차떼기정당’ 옹호 글을 게재한 이후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 정 의원은 “차떼기정당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있어서 가장 성공한 네거티브캠페인 중 하나”라며 “차떼기당이란 오명에는 차떼기라는 명칭 이상의 엄청난 오해가 부지불식간에 쌓여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당 안팎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인 불법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원내 의원이 적극 해명하고 나선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 의원의 발언이후 이 전총재의 비서실장출신인 공성진 의원은 한 술 더 떠 직접적으로 창의 역할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최근 모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에 이르는 동안 여러 세력간의 긴장관계가 발생하고 합종연횡이나 전략적 제휴 등이 부각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 전총재가 조정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전총재의 ‘킹메이커’론을 강조한 것이다.

공 의원의 측근도 “공 의원의 발언이 와전된 경향은 있지만 이 전총재가 정치원로 자격으로 모종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며 “그가 계속 칩거생활을 하는 것도 국내정치현실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공 의원의 행보도 창의 복귀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그는 최근 새로 결성된 영남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중부지역 초선의원들이 모여 결성한 중초회와 대학교수출신과 연구기관 출신들이 모여 “정치 과잉을 초월한다”는 뜻으로 결성한 초월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초월회는 공 의원을 비롯해 권철현, 박재완, 윤건영, 박형준 의원 등 과거 ‘창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6대 대선 때 대학교수, 기업인 등 전문가 출신 자문그룹인 `북악포럼’을 이끌며 이 전총재를 도왔던 그는 또 정계, 재계, 학계,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모임을 준비중에 있다.

공 의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모임은 ‘문명과 트렌드21’(가칭)로 오는 6월말 창립대회를 목표로 매주 금요일 주체들이 조찬모임을 갖고 있다. 이 전총재의 최측근인 이병기 전 정치특보가 지난 2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당에 복귀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고문은 “박근혜 대표와 오래 전에 따로 만났고 이 전총재에게도 미리 알렸다”며 개인차원의 당 지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이 전총재와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이 전총재의 핵심측근인 이 고문이 여의도연구소에 들어온 점은 박 대표와 이 전총재간 사전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킹메이커론 등 창이 복귀해야한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이 고문이 당에 들어온 것은 이 전총재의 컴백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남대문 사무실에서 이 전총재를 보좌하고 있는 한 측근 은“창이 복귀하는 일은 없다”고 단호히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총재는 원내외 인사들과의 빈번한 접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엔 공 의원이 이끌었던 북악포럼과 오찬회동을 했다. 그의 한 측근은 “공성진 의원이 요청을 해와 ‘북악포럼’ 모임에 참석해 함께 식사를 했다”며 “정치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원외 청년위원장들이 대거 결합돼 있는 한 모임도 회동을 갖는 등 그의 남대문 사무실엔 정치권 인사들의 출입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전총재는 아직까지 정치권을 향해 어떠한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이 점점 다가올수록 그의 행보는 정치권의 커다란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단독공개 ‘문명과 트렌드21’
2005년도 계획안이회창 측근 공성진 의원 주도정관재계 50여명 발기인 참여창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는 공성진 의원이 최근 새로운 모임 구성을 주도하고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모임은 ‘문명과 트렌드 21’(가칭)로 오는 6월말 창립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명과 트랜드 21’ 계획안에 따르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21세기 한국인을 읽고 예측하기’, ‘정책 및 입법 과제, 지원방안 모색 법안으로 소화하기’를 목표로 삼고 발기인 50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공 의원은 의원들에게 배포한 가입안내문을 통해 “문명과 트렌드21은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정치현상, 사회현상, 여론변화, 시대적 흐름변화 등을 포괄하는 문명의 변화를 파악하여 그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면서 “이어령 전장관, 한국미래학회 김형국 회장,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김진현 전장관 등도 함께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계, 재계, 학계,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에는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도 곽성문, 권철현, 권영세, 진영, 김희정, 이계진, 정두언, 한선교 의원 등 의원 24명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현재 모임의 주체들이 매주 금요일 조찬모임을 갖고 향후 진행과정과 영입대상 등을 논의하는 중이다. 공 의원측은 “27일경 창립과 관련한 최종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창립대회는 외부에서 대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 모임을 두고 이 전총재가 정계에 복귀할 경우 외곽자문그룹으로 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는 창의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공 의원의 발언에다 지난 2002년 대선과정에서 공 의원이 이끌었던 이 전총재의 대선외곽그룹 ‘북악포럼’ 회원들도 이 모임에 대거 참여하는 게 더해져 이같은 해석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공 의원측은 “예전 북악포럼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공 의원이 주도하다보니 그런 해석이 나올 수도 있지만 모임이 결성되면 한 발 뒤에 물러나 있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