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 더팩트가 특종을 터트렸다. 문재인 정권을 만든 설계자이자 입안자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강남 모 한정식 식당에서 만난 사실을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보도했다. 30분 늦게 MBC 기자가 동석했지만 아무리 지인들간 만남이라도 해도 민주연구원장 취임이후 만난 배경은 석연치 않다.

자연인 양정철신분으로 국정원장을 만났어도 언론은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만하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양 원장은 더팩트 보도이후 해당 매체를 파파라치 황색저널리즘이라고 폄훼했다. 추가 해명문에서도 정치를 전혀 모르는 매체의 허황된 프레임일 뿐이라고 연예 전문지가 왜 정치분야에 끼느냐가 꾸짖기도 했다.

잘 모르는 소리다. 필자는 2011년에 더팩트 전신인 스포츠서울닷컴에 정치부 팀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필자가 더팩트에 들어가기 훨씬전부터 스포츠.연예 전문 인터넷 매체지만 유일하게 정치팀을 운영했고 사진기자도 존재했다. 최소 10년 이상 정치팀 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곳이 더팩트다.

또한 스포츠.연예 전문지이기 때문에 파파라치니 황색저널리즘으로 몰아가는 것도 무리가 있다. 통상 연예스포츠지는 유명 연예인의 연애사를 주로 다룬다. 제보를 통해 최소 일주일 최대 몇 개월을 상주하다시피 한다. 확률은 낮다. 무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타이밍이 중요하다.

당시 2012년 대선을 맞이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차기 유력 대선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자고 정치부 팀장으로서 기획안도 낸 기억이 난다. 하지만 회사가 무작정 인력과 시간을 투입할 정도 여력이 없어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의 경우 더팩트는 양정철 원장이 문희상 의장도 독대하고 정권 2인자로서 주목을 받자 민주연구원 출근과 동시에 기자가 따라붙었을 공산이 높다. 그런데 운 좋게 서훈 국정원장이라는 대어가 일찍 걸려든 셈이다. 양 원장의 반박처럼 아무 생각없이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매체라는 지적과는 거리가 멀다. 참신한 기획의 산물이자 회사의 결단이 이뤄낸 것이다.

문제는 양 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이다. 원장이 된 이후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의 남자’, ‘측근중의 최측근이라는 존재감을 과시하다 걸린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받고 있다. 양 원장은 이미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전 문 대통령과 연락했느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이심전심이라고 말했다. 통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가 보이지 않게 연결돼 있어 말할 필요가 없다는 뉘앙스였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향후다. 양 원장은 추가 소명문에서 더팩트를 향해 얼마든지 더 미행하고 더 도촬을 해도 거리낄게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오히려 더팩트뿐만 아니라 종편 등 다른 언론매체들을 자극해 파파라치식 보도를 부추길 공산이 높다.

또한 승부의 끝은 뻔하다. 양 원장이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하루종일 집과 민주당 당사만 왔다갔다하고 전화와 SNS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인재영입도 하겠다는 양 원장이다. 연구원의 총선 병참기지화도 해야 한다. 모두 관련자들을 당사로 불러서 만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자 입장에선 양 원장과 더팩트의 쫓고 쫓기는 모습을 관전하는 것만으로 흥미롭다. 또 정치권에 대한 파파라치식 보도가 일회성으로 끝날지, 그리고 다른 언론사로 확산될 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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