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정치와 관련하여 발언하는 기회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 2년 간 대북유화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외교정책에 후한 점수를 얻어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는 국정운영지지도 조사에서 부정평가보다는 긍정평가가 우위에 있었지만, 북미대화 실패 이후에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마땅한 역할을 찾기가 어려워진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정치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집권 2년을 넘기고 내년 4월에 예정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단독과반수라는 염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이기는 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자신들이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권으로서 적폐청산을 실현해야 한다는 당위의 연장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압박하는 전략이다.

물론 집권세력 입장에서는 적폐청산이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손에 꼽기도 어려우니 촛불민심에는 면목이 없고, 자유한국당을 압박하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어려우니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강하게 몰아 붙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때를 맞추지 못하면 하등 소용없는 전략이 되고 만다. 지금이 그렇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의 프레임에서 스스로 벗어나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 권력이라고 몰아붙인다. 염치없는 억지논리이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살길을 그렇게 정했다. 그리고 국정농단을 방치하고 조장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하여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최근 그의 언동을 보면 그는 타고난 정치인이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염치와 양심을 버리고 유능한 정치인으로 환골탈태한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그는 원래부터 염치와 양심이 없었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이 국내정치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자 황교안 대표는 자신의 정치 카운터 파트너로 대통령을 지목했다. 얽히고설킨 정국의 실타래를 푸는데 대통령과 자신이 영수회담을 통해 풀자는 것이다. 과거 독재 권력시대에 3김이 자주 썼던 전략이다. 정치력은 3김에 견줄 바 못되지만, 정치술수로는 3김에 버금가는 황교안 대표다.

이는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특정 정파를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특정 정파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대통령이 되어서는 특정 정파를 위한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시기의 대통령은 스스로 특정 정파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한정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탄핵을 당함으로써 17대 총선을 대승으로 이끈 전력이 있다. 그것을 잘 아는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도 내년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 스스로 더불어민주당을 진두지휘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욕은 일을 그르치고 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과의 자질구레한 전투에 직접 나선다면 이기지 못할 전투가 없을 것이다. 이기다 보면 자꾸 출정하고 싶어지고, 주변에서도 지휘관의 출정을 당연시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를 상대로 대한민국호를 지휘하는 지휘관이지, 자유한국당을 상대로 전투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선봉장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이 아닌 이인영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자신들의 살길이라고 의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그러한 의원들의 생각을 존중하여 이인영 원내대표가 과감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인영 원내대표의 어깨가 쫙 펴질 때 더불어민주당은 전투에도 이기고 전쟁에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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