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집권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인영 의원의 존재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선될 때만 해도 친문 주류 후보인 김태년 의원을 가볍게 제치고 원내사령탑에 올라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이 원내대표의 역할론에 회의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밖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친문 강경파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무시전략이 노골화되고 있고 당내에서는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의 광폭행보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총선 승리를 준비해야 하고 제1야당인 한국당과 추경등 민생 입법처리를 위해 국회 정상화를 해야 하는데 비주류 원내대표로서 설움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는 평이다.

뉴시스

- 대통령 대야 관계 쥐락펴락강경파 노영민·강기정 역할
- ‘의 남자양정철 당 복귀광폭행보 비주류설움 체감

5월 한 달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작심발언3차례나 있었다. 추경 예산 등 민생법안을 통과해 달라는 과거 부탁조는 사라지고 강경일변도로 변했다. 가장 최근에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관련 문 대통령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 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5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정을 담당해 봤고 앞으로도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길 요청한다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여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근책안 주고 채찍질만 국회정상화 요원

이뿐만 아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사실상 한국당을 독재자의 후예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5일 전인 513일에는 한국당의 달창등 막말로 인해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자 작심 비판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특히 달창’(문재인 지지자 달빛기사단과 창녀를 합성한 은어) 발언 등 지지자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의식해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품격 있는 정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경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자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내 강경 인사들이 문 대통령을 포위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나왔다. 한국당 한 인사는 노영민 비서실장뿐만 아니라 대정치권 정무를 담당하는 강기정 정무수석 등 강경 원조 친문 인사가 문 대통령의 대야 기조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 비서실장은 2012년 문 대통령이 대선에 패배했을 당시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모임)을 주도하며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문 대통령 역시 2015년 당대표 선거 출마 당시 주요 정치 현안을 노영민 의원과 상의한다고 말할 정도로 신뢰를 보냈다.

원조 친문이자 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노 실장은 그러나 의원 시절 강경파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미디어법 통과를 두고 여야 대치를 할 당시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의장 단상을 점거하자 쇠사슬로 본회의장 문을 봉쇄하자는 제안을 한 인사가 노 의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노 의원은 몸싸움 과정에서 왼쪽 팔이 골절상을 당하기도 했다.

강기정 정무수석도 노 비서실장 못지않은 친문 강경파로 알려진 인사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강 정무수석은 여야 대치 상황에서 줄곧 선봉에 서 있었다. 201012월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과 주먹다짐을 벌인 사건은 유명하다. 2007년 대선직전 ‘BBK 특검법처리로 여야 몸싸움을 벌일 당시 강 의원이 휘두른 단상 전화기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안면을 강타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발 원조 친문 주류의 대여 강경노선은 58일 임명된 이인영 원내대표의 역할과 존재감을 약화시켰다. 취임 초기 만해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호프 회동을 통해 국회 정상화에 공감을 이끌어 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도 잠시, 이후 양당 원내대표 간 만남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당대표인 이해찬 대표까지 한국당을 도둑놈이라고 강하게 공격하면서 국회 정상화는 더 요원해진 상황이다. 결국 민생입법 처리가 미뤄지고 이런 분위기가 연말연초까지 이어져 패스트 트랙에 태운 법안까지 무산될 경우 집권여당 원내대표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원내대표에 취임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된 514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당에 복귀하면서 존재감이 더 사라지고 있다. 양 원장은 입당과 동시에 문희상 국회의장과 독대하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국 민정수석에게 대권 출마를 종용했다.

양정철 등장 운신의 폭 더 좁아진 이인영 원대

급기야 민주당연구원장으로서 만나기 힘든 서훈 국정원장과 5.21 만찬 회동을 가지면서 온통 여야 정치권과 언론은 양 원장의 존재감을 주목했다. 이런 기류는 529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확대간부회의에는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이인영 원내대표가 참석했는데 가장 주목을 받은 인사는 발언도 하지 않은 양정철 원장이었다.

회의 모두발언 역시 두 인사의 만찬 관련 내용이 주를 이뤘다. 사진도 가장 많이 찍혔고 회의가 끝난 이후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간 인사 역시 이 원내대표가 아닌 양 원장이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인사는 이 대표가 비주류로서 톡톡히 설움을 맛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류가 비록 원내대표 자리를 이 의원에게 내줬지만 실제적인 당청 관계뿐만 아니라 대야 관계를 친문 주류가 이끌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각인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인사는 통상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되면 청와대가 한국당 11 영수회담당근책을 줘 신임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카드를 줘야 하는데 오히려 채찍질을 하고 있으니 비주류 원내대표로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사실상 바지 사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

급기야 나경원 원내대표는 새로운 원내지도부에 청와대와 민주당이 협상의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이 원내대표를 거들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 원내대표가 비주류 출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인 셈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