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재력가’ 조 로우는 누구?

싸이 [뉴시스]
싸이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버닝썬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뒤 큰 소득 없이 종료돼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았던 ‘버닝썬 게이트’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형 기획사 YG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이 동남아시아 재력가 조 로우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조 로우를 양현석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로 밝혀지며 연예계는 ‘제2의 버닝썬 게이트’가 터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싸이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 ‘일파만파’
양현석 “성접대 없었다” 싸이 “먼저 일어났다”

꺼져가던 불씨는 지난달 27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 후 다시 활활 타올랐다. 이날 방송에서 스트레이트는 한 목격자의 증언을 인용, 양현석이 동남아시아 재력가 2명에게 성접대를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양현석은 2014년 7월 YG 소속 가수 한 명, 외국인 재력가 2명, 여성 25명과 강남에 위치한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식사했다. 이후 이들은 사실상 양현석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클럽 ‘NB’로 이동해 성접대를 했다고 목격자는 증언했다. 이 목격자는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 25명 중 10명 이상은 ‘정 마담’이라 불리는 유흥업소 관계자가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일반인 여성 중에는 황하나 씨도 있었다”고 전했다. 황씨는 전 남자친구인 배우 박유천과 6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재력가 과거 ‘버닝썬’에서 술자리”…YG는 “사실무근”

스트레이트 측은 또 이날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해외 재력가 중 한 명이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 ‘버닝썬’에서 YG 관계자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YG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YG는 보도에 앞서 공식 입장을 통해 “(스트레이트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인 초대를 받아 동석하긴 했지만 어떤 형식의 접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버닝썬 수사를 일단락했던 경찰은 “YG 성접대에 대해 확인되거나 내사를 벌인 사실은 없다”면서도 “(방송) 내용에 따라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은 현재 제보자와 접촉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 성매매 알선은 공소시효가 5년이다. 사건 발생 시점이 2014년 7월이라면 공소시효는 한 달여 후인 오는 7월 만료된다. 물리적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 [뉴시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 [뉴시스]

 

조 로우, 현재 인터폴 수배 중인 ‘범죄자’

양현석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동남아시아 재력가 중 한 명은 조 로우다. 말레이시아 출신 금융업자인 그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측근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09년에는 원 말레이시아 개발(1MDB) 관련 스캔들에 연루됐다. 당시 라작 전 총리는 1MDB를 통해 45억 달러(약 5조3577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 로우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한 혐의로 현재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된 상태다. 그는 수배 전 미국에 머물며 돈을 흥청망청 써 셀럽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아시아의 개츠비'’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던 중 2018년 5월 말레이시아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자 자취를 감췄다. 스캔들의 대표 격인 나집 라작 전 총리는 2018년 9월 체포돼 재판을 받는 중이지만, 조 로우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자취를 감췄다. 그는 한때 유명 모델 미란다 커와 교제하며 810만 달러(약 96억 원)에 이르는 보석을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201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생일 파티에 싸이를 초청했다. 당시 싸이는 파티에서 축하 공연을 하며 조 로우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외의 인물 ‘싸이’의 등장

말레이시아 언론들 역시 자국 인물이 연루된 국제 스캔들을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자 조 로우는 미국 내 변호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변호사는 “조 로우는 싸이의 친구이고, 싸이를 통해 양현석을 만났다”면서도 “MBC 보도에서 제기된 것과 관련해 어떤 행동에도 관여하지 않았으며 알지도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조 로우의 입에서 뜻밖의 인물이 나오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일련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제적 스타 싸이가 성접대에 연루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싸이는 29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보도에서 언급된 조 로우는 제 친구가 맞다”며 친분을 인정했다. 그는 “제가 (조 로우를) 알았을 당시 그는 할리우드 쇼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사람이었다”면서 “해외 활동 시기가 맞물려 알게 됐고, 제가 조 로우를 양현석 형에게 소개했다”고도 전했다. 싸이는 “지금 와서 그가 좋은 친구였는지 아니었는지를 떠나 제가 그의 친구였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도 “(강남에서의 만남은) 그들의 초대를 받아 저와 양현석 형이 참석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싸이는 “다른 사람들과 식사와 술을 함께한 후 저와 양현석 형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며 “당시로서는 먼 나라에서 온 친구와의 자리로만 생각했다. 이번 건으로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고 성접대 의혹은 사실상 부인했다.

“유흥업소 여성 부른 건 사실” 결론은?

하지만 싸이와 YG 측의 부인에도 의혹이 제기된 술자리에 유흥업소 여성들이 함께했다는 증언이 추가로 나왔다. 29일 KBS는 YG 사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양 대표 측이 자리에 유흥업소 여성들을 부른 것은 사실”이라며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 유흥업소 여성들이 불려 나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실제 성관계가 있었다면 성접대가 아닌 서로 간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로 안다”고 접대 의혹에는 물음표를 붙였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속도를 내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 수사로 국민적 비판 여론에 직면했던 경찰이 공소 시효가 한 달가량밖에 남지 않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결론 지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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