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정치 실종된 여의도, ‘귀’ 닫고 ‘입’ 연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최악의 국회 마비가 계속되고 있다. 거대 양당은 협상 카드를 만질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강대 강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당 내홍을 추스르기도 벅찬 실정이다. 국회가 마비돼 대화와 토론이 부재한 상태에서 일부 여의도 인사들이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SNS의 순기능을 잊은 채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는 ‘얼굴 없는 정치’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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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만 있을 뿐 소통 찾아볼 수 없어... 일방통행 속 SNS 기능 ‘무의미’

-‘바빠서’ 소통 개선 의지 보이지 않아... 철저한 자기정치 수단

SNS의 뜻은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구축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사회 관계망을 형성하는 SNS의 순기능을 배제한 채 자신의 정치에만 이용하는 스피커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 마비 속 쌓여 있는 민생법안을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상대 측이 져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얼굴을 맞댄 대화는 하지 않고 SNS 상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비판의 발언만 이어가 대면 정치가 실종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회 정상화’는 양보전 ‘밥그릇’은 쟁탈전

지난달 20일 여야 3당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호프 회동’을 진행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생과 경제를 위해 국회가 열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며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동행할 수 있는 자세로 임해서 좋은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파행이 된 부분을 짚어보는 시간이었다”며 “국민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고 민생과 경제가 어려운 부분을 한국당이 느끼고 있어 국회를 열어 필요한 부분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3당 원내대표가 회동에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국회가 다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7일 시작한 ‘민생 대장정’이 25일 서울 장외집회를 끝으로 마무리돼 국회 정상화에 대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5월 국회 파행과 함께 6월 국회가 열릴지도 미지수다. 한국당이 국회 복귀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지정 사과와 철회, 국회선진화법 위반 관련 고소·고발 취하를 내걸었고 민주당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은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 유출 논란을, 한국당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간 비공개 만찬 회동을 소재로 상대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는 적극적으로 만나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 모양새다. 단지 각 당의 회의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말하고 국회 정상화에 대한 책임만 떠넘겨 대화를 할 생각조차 않고 있다. 이는 상대 당 쪽을 바라보며 허공에 말하고 있는 셈이다.

4월과 5월 국회가 무산되면서 추경 등 법안들이 논의조차 못한 채 쌓여 있다. 정부의 추경안을 심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임기가 지난달 29일 종료됐지만 여야가 위원 구성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회의장에게 새 예결위원 명단을 제출한 교섭단체는 없다. 다음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알짜 자리’인 예결위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단 전망이다. 결국 이들은 논의의 장을 여는 대신 밥그릇 쟁탈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지지’에도 침묵 ‘비판’에도 침묵

의원들의 입이 계속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SNS상에서는 활발히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 관계망을 형성한다는 기본적인 SNS의 순기능보단 자신의 주장만 게시하는 일방통행적 관계만 있다.

사회공헌 정신건강 심리센터 문정민 대표원장은 사람들이 SNS를 하는 심리에 대해 “SNS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시간 및 공간 제약 없이 자유로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즉각적인 소통·일상 공유 목적”이라며 “(현재는) 현실적 사회로 변화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SNS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 원장은 정치인들이 SNS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은 심리가 크다”며 “정치인들은 자신만의 멘션(단문메시지)으로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며 (본인의) 가치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은 심리적 충동이 일반인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에 SNS를 하는 것이며 정치인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SNS인 페이스북의 의원들 글을 다수 확인한 결과 게시물에는 본인의 입장 표명, 일정, 기사 등이 올라와 있다. 의원들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는 당연하지만 이들의 SNS에선 본인의 얘기만 있을 뿐 사회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찾아볼 수 없다.

일요서울이 페이스북을 자주 하는 복수의 의원실에 문의한 결과, 기고, 일정 외엔 글을 올리는 등 의원 본인이 직접 관리한다고 밝혔다.

의원들이 글을 게시하면 지지자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응원의 댓글을 단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은 그런 지지자들의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또 다른 댓글을 남기는 등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댓글을 남겨도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한 야당 의원의 공보 담당 보좌관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페이스북에 글을 적는 이유를 묻자 “매일 실시간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하는 거다”라며 “기자들 전화도 많이 오고 하니 페이스북에 (입장 등을) 올리면 편하다”라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해당 의원이 왜 댓글에 화답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우리가 올린 글 말고 개인적으로 (댓글을 단 사람들이) 올린 글에는 새벽 1시든 2시든 수시로 댓글을 단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자신과 친구를 맺은 사람들이나 그 사람들이 좋아요를 표시한 글이 보인다. 이 보좌관의 말을 정리해 보면 해당 의원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지지자들에게만 화답을 하고 기자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페이스북을 사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른 공보 담당 보좌관들도 “그렇게 하면 전부 다 (댓글을) 달아야 한다”, “바빠서” 등 개선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곳이 다수였다.

한편 또 다른 야당 의원의 보좌관은 일요서울에 자신의 경험을 들어 “민주당과 한국당의 경우 공천심사를 할 때 SNS 지수라는 것을 본다. SNS 활동을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를 제출한다”며 “통상적으로 20% 내외를 실적으로 반영한다. SNS 팔로워 수 등 SNS 종류별로 세분화해서 작성한다”며 의원들이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가 공천과 관련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일요서울이 해당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민주당과 한국당에 연락을 취했지만 민주당은 답변을 주지 않았고 한국당은 “공천할 때마다 팀이 꾸려져 지금은 해체되고 없다”고 말했다. 자료도 남아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靑 조국, 홍준표 ‘페북광’

페이스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여의도 정치인들뿐만 아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국정원 개혁법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검찰·경찰 개혁안을 정리해서 별도의 게시물로 올리기도 하는 등 SNS에서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조 수석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데 대해 “본인의 입맛에 맞는 국회 소식을 SNS에 지속적으로 올리며 국회 상황에 적극적으로 참견하고 있다. 민정수석으로서 할 일이 없는가 보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정권이 바뀐 직후부터 지난 2년 동안 문재인 정권은 내 경남지사 4년 4개월에 대해 샅샅이 뒷조사와 주변조사를 했다”, “나 원내대표가 강효상 의원을 당 차원에서 보호하겠다고 한 선언은 아주 적절한 처사이고 고마운 일” 등 자신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게시해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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