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실패 조국 부산출마 환영할만해”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다음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거대 양당의 싱크탱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며 총선 전략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김세연 원장은 ‘소통’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원장을 만나 총선 대비 여의도연구원의 역할과 전략 등을 들었다.

[사진=심재영 기자]
[사진=심재영 기자]

 

-“시대가 변했는데 과거 업무방식 지속 시 장기적인 존속 어려워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민주자유당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정당 정책 연구원으로 역대 보수 정당들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왔다. 당의 싱크탱크 역할은 정책 개발 지원을 목표로 각종 여론조사 및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평소 정책 개발에 집중하다 선거가 다가오면 선거 전략을 수립하며 컨트롤타워 역할도 한다. 김 원장은 총선 전략 수립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를 하며 여의도연구원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의 총선 전략 싸움이 기대된다. 어떤 전략이 준비돼 있나.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 처한 입장이 다르다. 민주당은 민주연구원에 총선 전략 수립, 인재 영입과 총선 공천에 관한 기본 구도를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한국당은 공천과 관련한 기초적인 제도의 연구, 정책적인 뒷받침 등 총선 공약을 세우는 데 준비를 한다. 동시에 한국당에 대한 지지가 특정 세대에 치우치고 또 다른 특정 세대에게는 배제되고 있어 멀어진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역할을 여의도연구원에서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소통과 정책 개편 등에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양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당이 여당일 때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민주당은 관권선거 기획을 모의했다며 거세게 공격을 했을 거다. 지금의 여당이 이전에 야당 때 하던 얘기를 스스로 돌아보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하면 안 되는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판단을 잘 해야 한다.

-민주연구원은 친문 실세가 모이는 반면 여의도연구원은 당에서 젊은 인사를 했다. 그 이유와 차이가 무엇인가.

▲민주당의 주류가 총선의 종합적인 기획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민주연구원에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인적 구성을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여의도연구원도 정무적·정책적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부원장으로 모으고 있다. 또 젊은 시각에서 청년들과의 소통, 정책 교류를 할 수 있는 20대 박진호 부원장이 함께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의 이런 인사는 적극적으로 밀레니엄 세대와의 소통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의 명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단 평가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결정적인 이유가 작년 지방선거에서 당대표가 여의도연구원 결과조사라고 발표한 전망이 사실과 전혀 맞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그렇지 않다. 당시 지도부에서 발표할 때 전체 데이터 조사결과를 그대로 발표하지 않고 일부 결과만 임의로 편집해서 발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가 아니었다. 따라서 여의도연구원은 여론조사에서 가장 전문성이 높은 기관으로서의 전통이 변하지 않았다.

(당시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물음에) 나는 그 당시 당 상황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본다. 여러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많이 있지만 현재 그 위상을 복구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의도연구원은 공유 오피스 근무, 인스타그램 계정 생성 등 기존의 업무 관행을 깨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가 변했는데 예전 업무방식을 그대로 지속하다가는 장기적인 존속이 어려워진다.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폐쇄적인 관행을 개방적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험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흡수한 새로운 에너지를 기존 연구원 업무에 잘 녹여내서 발전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변화의 폭과 강도를 국민들이 느낄 것이다.

한국당은 20-40대 지지기반을 대폭 확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그들의 언어와 생각, 살아가는 삶의 면면들을 잘 이해하고 동화돼야 지금의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한국당이 대안정당·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경제나 안보정책 등 한국당의 전통적인 강점들을 잘 살려가야 한다. 또한 새로운 구성원들이 사회로 진입해 색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 관점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수용을 할 수 있어야지 진정한 국민 통합 정당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세대로부터 완전한 배척된다. 편중된 지지기반을 가지고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 외연 확장을 해야 한다.

기존 지지자들 사이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만 주고받으면 특정 대화를 벗어날 때 말이 통하지 않는다.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 2019년의 관점이 아니라 70년대 80년대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그 시절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만 격하게 공감을 할 수 있다. 내 생각만 옳은 것이 아니라 침묵하고 있는 합리적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언제까지 계속될 예정인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한데 아직은 양쪽이 준비가 안 됐다. 이런 경우에 여당이 강자 입장에서 열린 자세로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우리는 여당이었을 당시 야당과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대화를 제의했다.

-부친과 합하면 부산에서만 8선을 했다. 현재 PK 지역의 한국당에 대한 민심은 어떠한가.

▲작년 지방선거 때가 최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당 보단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이 표출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 출마설에 대한 물음에)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지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 임명이 벌써 이전 정부의 수를 넘었다.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부산 출마하겠다는 소식은 한국당 부산시당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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