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검찰총장‧고검장‧차장검사 줄줄이 엮이나

윤중천씨 [뉴시스]
윤중천씨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과거사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롯해 약촌오거리 사건, 장자연 리스트 사건 등 총 12건의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을 수사 권고로 재수사를 이끌기도 했지만,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조사에 한계를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과거사위가 김학의 사건과 관련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검찰 고위간부 등 법조계 관계자들과 교류‧접대를 했던 것으로 추가 확인된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과거사위…조직적 유착·비호세력 엄정 수사해 진실 규명해야

‘별장 동영상’ 외에 추가 동영상이 있을 가능성 제기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심의한 내용을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이미 수사 권고한 김 전 차관 등의 수뢰, 곽상도 전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직권남용 범행은 물론 원주 별장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과 이권, 고의적인 부실수사 의혹, 다수 법조관계자를 비롯한 조직적 유착·비호세력에 대해 성역 없이 엄정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과거사위는 지난 3월말 김 전 차관이 윤 씨로부터 과거에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등에 관해 수사 권고한 바 있다. 그 직후 수사단이 출범해 현재 김 전 차관과 윤 씨 등을 수사 중이다.

 

윤중천, 검찰 고위간부

법조계 관계자 접대 의혹

 

과거사위는 조사단 조사 결과 윤씨가 김 전 차관 이외에도 광범위하게 검찰 고위간부들을 위시한 다수 법조계 관계자들과 교류, 접대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윤 씨의 전화번호부, 통화내역, 압수된 명함, 관련자들 진술 등으로 확인되지만 검경은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라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윤 씨와의 유착 의심 정황이 있는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에 대해서도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거사위는 “검찰 내 스폰서 문화의 실체와 그 폐해 등 진상을 파악해 이를 단절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특히 윤 씨와 교류를 하던 검찰 고위 간부들 중 일부가 윤 씨의 관련 사건에 개입한 정황 등이 확인되고 있어 수뢰죄 또는 수뢰 후 부정처사죄 등을 범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소위 ‘별장 동영상’으로 불리는 영상 외에 추가 동영상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윤 씨는 별장 접대 또는 성관계 등과 관련한 동영상을 촬영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현재까지 은밀히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과 이를 이용해 금품을 가로채는 등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윤 씨의 상습공갈 혐의에 대한 수사로 추가 동영상 및 피해자의 존재 여부 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여부 내지 무고 의혹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밖에도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 관련 과거 수사가 부실했거나 봐주기 수사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특히 다수의 검찰 고위관계자와 교류, 접대 등을 한 사실이 확인된 윤 씨의 개인 비위 혐의에 대해 소극적이고 부실한 수사를 했고 이는 검찰이 제식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윤 씨에 대해 봐주기 수사로 입막음하려고 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씨 전혀 모른다”

“허위 사실 유포했다”

 

과거사위는 ‘윤중천 리스트’ 관련인물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차장검사 등을 지목했다.

한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시절 윤씨의 ‘한방천하’ 사건 수사와 관련해 그 앞으로 진정서를 제출하자 그 요구사항대로 수사 주체가 변경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윤 전 고검장은 과거 김 전 차관 관련 1차 수사 때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 최종 결재자였고, 2차 수사 때 대검 강력부장으로 수사를 맡은 중앙지검 강력부를 지휘했다고 밝혔다. 박 전 차장은 변호사 개업 이후 윤 씨가 소개한 사건의 수임료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지급해 변호사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했다.

과거사위 측은 윤 전 고검장이 윤 씨와 만나 함께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했고, 윤 씨 소유 강원 원주 별장에도 갔다는 정황이 확인된다는 설명이다.

또 “윤 전 고검장이 지난 2013년과 2014년 각각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와 대검 강력부장으로 있으면서 윤 씨와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무고 등 사건의 결재와 지휘를 담당했다”면서 “윤 전 고검장이 부적절한 수사 지휘와 결재권을 행사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전 고검장은 “윤 씨를 전혀 모르므로 함께 골프를 치거나 별장에 간 사실이 없다”라며 “윤 씨 관련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한 사실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은 윤 씨와 유착돼 사건을 봐준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면서 “진상조사단 관계자를 고소해 무책임한 행동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전 고검장은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신속히 수사해 달라”고 말했다. JTBC는 지난 3월 18일 윤 씨가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윤 전 고검장과의 친분을 인정했다고 진술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윤 전 고검장과 함께 ‘윤중천 리스트’에 거론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박모 변호사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한 전 총장은 자신이 윤 씨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각각 1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법원에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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