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창구’ 아닌 ‘배설창구’ 돼버린 여의도 댓글문화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우리나라는 자타 공인 인터넷 강국이다. 이 시류를 따라 타인에게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급속도로 몸을 불렸다. 정치인들도 ‘소통’을 표방하며 활발히 사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SNS 기술이 빠르게 향상되고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것에 비해 시민의식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늘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악플’이다. 정치인들은 악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을까. 일요서울이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정치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성 댓글이 부각되는 추세다. 이에 SNS 기술이 빠르게 향상되고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것에 비해 시민의식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정치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성 댓글이 부각되는 추세다. 이에 SNS 기술이 빠르게 향상되고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것에 비해 시민의식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정치적 신념 反하면 상대방 찾아가 ‘악플’…심할 경우 법적 조치도
-김소연 “쌍방향 소통 가능한 시대…자신의 발언 책임져야”

많은 정치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은 사실이다. 이들이 그동안 국민과 동떨어진 사람들로 인식돼 왔다면, SNS가 등장하고부터 자신들의 일상과 생각을 대중과 공유하며 이전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널리 공표할 일이 있을 때도 SNS는 좋은 창구로도 활용된다. 대다수 의원들이 이 같은 SNS의 순기능을 인지, 의원실에 SNS 등 미디어 전반을 담당하는 보직을 둘 정도로 활용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병폐도 존재한다. 의원들의 페이스북 댓글을 살펴보면 그들을 지지하는 선플도 있지만, 타당한 이유 없이 힐난하는 악플도 발견된다. 이 가운데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반(反)하거나 지지하는 특정 정치인, 정당에 대한 비판 의견을 제기할 경우 악플을 게재하는 경우가 잦다. 

최근 언론을 통해 국회에서 여야 간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 보도되면서 특정 정당의 지지자들이 상대 SNS를 찾아가 댓글 폭격을 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례로 댓글창을 살펴보면 ‘수구꼴통’이나 ‘좌빨’ 등 정치적 이념에 따라 이분화하는 댓글은 양반이다. 정치인에게 비속어를 섞어가며 심한 언사를 늘어놓는 이도 많다.

“상대방도 사람인 걸 망각해서는 안 돼”

김소연 바른미래당 대전시의원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다툼이 있을 때와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길 때 일시적으로 (악플이) 있었다”고 술회했다.

김 시의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박범계 측 인사가 불법 선거자금을 요구한 적이 있고, 박 의원이 이를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이후 박 의원은 김 시의원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김 시의원은 ‘불법 녹음 의혹’을 제기하며 그를 상대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주거침입법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자세한 내용은 일요서울 지령 1303호 10면 참고).

김 시의원은 “나는 정치하기 전부터 모르는 이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토론하는 용도로 페이스북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정치를 시작하고부터는 본인들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나를 공격하는 댓글들이 몇 번 달린 적 있었다”며 “처음에는 대응하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비아냥거리고 게시글과 무관한 정치공격을 반복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행위가 서너 번 되풀이돼 사실을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대응했다”고 대처 방법을 말했다.

그는 또 “악플은 일정 수위를 넘어서면 법적 조치가 가능한데, 나는 이를 바로 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악플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생각이다”라면서 “정치인도 책임 정치를 하고 발언에 책임져야 하지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시대인 만큼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악플 대처법에 관해 “사람들이 정치인 등에게 악플을 달 때 ‘이 사람도 사람이다’라는 걸 망각하고 댓글을 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내가 답글을 달면 보통 화들짝 놀라며 ‘직접 보시네요’, ‘직접 댓글 다시네요’ 등의 반응을 보이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사람들은 자신이 대화하는 대상이 사람인 걸 인지하면 정제가 된다. 결국 상대방이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SNS는 자신의 신상 정보가 공개된다. 이 때문에 일반 포털사이트 등 익명성을 담보로 한 곳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은 가짜 계정(본인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계정)이라 하더라도 이메일 주소를 새로 만드는 등의 수고가 필요하다”며 “(보통) 페이스북은 그 사람의 얼굴이나 직업 등이 공개된다. 이처럼 실명제와 유사한 환경에서는 막무가내로 (상대방에게) 욕하거나 하지 못한다”고 바라봤다.

김 시의원 역시 “페이스북 등 SNS는 일반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쓰는 것보다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기 쉽다”며 “유권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 의식과 권리 의식을 가지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돈 안 드는 여론조사’ ‘소통 수단’…순기능 주목

이 같이 악플이 쏟아지는 데도 그들이 SNS를 통해 소통하고, 의견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SNS의 순기능에 더욱 주목하고 있었다.
김 시의원은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SNS에는 공격과 방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고, 또 소통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책임 정치를 하거나 정치가 투명성을 갖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젊은 정치인들이 중심돼 SNS를 통해 생각을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밝히는 부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약점이 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게 악플”이라며 “내 계정이나, 방송 출연 후 유튜브 등에 달린 댓글을 보면 대다수가 내 나이를 지적한다. 이건 통계적으로 내게 의미가 있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의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의견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내가 말한 공개적인 의견에 다수가 동의하기를 바랄 뿐”이라며 “발언이 국민 6~70%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면 그건 굉장히 좋은 정치인이다. 그런 정치인이 되기 위해 여론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견을 밝히는 것을 하나의 정치 모델로 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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