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의원님 명함 한 장 받을 수 있을까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나는 정치기자 초년생이다. 국회가 이전까지 나와는 먼 ‘별세계’였다면 정치기자로 발을 들이고 나서는 취재처, 곧 내가 가장 ‘뻔질나게’ 드나들어야 하는 장소가 됐다. 

국회에 처음 들어선 날, 떨리는 마음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지만 ‘겁먹을 필요 없다’는 선배들의 말을 상기하며 용기 내 의원회관에 돌며 명함을 돌렸다. 이때 든 생각은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여느 곳이 그렇듯 의원실 각각의 풍경이 다르다. 열띤 회의에 여념이 없는 곳,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곳, 사무적인 분위기에서 각자의 일을 수행하는 곳 등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의원실 관계자들은 “인사드리러 왔다”며 쭈뼛대는 나와 흔쾌히 명함을 교환하고, 인사를 건넸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초년생을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가운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마주쳤다. 급한 일정이 있는 듯 분주한 모습이었고 휴대전화로 무언가를 연신 확인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극렬한 내적갈등이 일어났다. 인사할까, 말까. 

결국 나는 용기 내 명함을 건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정치부로 발령받은 일요서울 강민정 기자라고 합니다.” 조 의원은 “그래요? 축하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선은 핸드폰에 고정돼 있었다. 

당황했다. 억겁의 시간 같은 찰나의 침묵이 흐른 뒤, 나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냈다. “저, 의원님 명함 한 장 받을 수 있을까요…” 그는 여전히 핸드폰을 바라보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러던 중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조 의원은 급하게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며 나에게 명함을 건네줬다.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조 의원은 서울대 법학과에서 수학,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서 오랜 시간 몸담아 왔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다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을 겪으며 청와대를 나왔다. 2015년부터는 ‘별주부짱’이라는 해물전문음식점을 차려 야인으로 살다가 여러 번 ‘손님’으로 찾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러브콜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인터넷에서는 ‘뽀로로 닮은꼴’로도 유명해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초년생(初年生)이라는 단어 안에는 새로이 태어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실제로 어느 분야든 첫발을 내디딜 때는 내가 가진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문법을 배워야만 한다. 

나는 그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아니, 타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말을 배우듯, 초년생은 앞서간 이들을 보며 사회를 학습한다. 이날 나는 큰 교훈을 얻었다. ‘누군가에게 명함을 건네줄 땐 꼭 상대방 눈을 맞춰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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