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대한민국 사정이 ‘짱’ 섬기기와 진영논리의 극단화, 그리고 인기영합의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치로 요약되고 있다.

1970년대 연예계에서 시작된 ‘오빠부대’ 현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팬덤화했고, 급기야는 개인을 숭배하는 ‘짱’ 섬기기로 변질됐다. 

초창기‘오빠부대’는 단순히 공연장을 찾아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훔쳐보거나 사모의 편지를 쓰는데 만족했다. 그런 것이 90년대 ‘아이돌 스타 시대’가 펼쳐지면서 오빠부대는 팬클럽을 조직하는 등 사교 관계를 구축한 뒤 개인숭배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런 팬클럽들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붉은 악마’와 만나면서 이른바 ‘광장팬덤’이 형성됐고, 이는 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이 반미 촛불시위로 번지는데 일조했다. 오빠부대가 정치팬덤화하기 시작한 것이 이 때다. 여기에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노사모’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짱’ 섬기기의 막이 올랐다.

이후 우리 사회는 연예계뿐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등 각계각층에서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헌납한 채 특정인애 대한 ‘짱’ 섬기기 현상이 휘몰아쳤다. 지금은 아예 대놓고 ‘짱’의 한 마디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은 물론 그들 집단의 ‘짱’에 대한 비판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원시 종교적 개인숭배가 이뤄질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이 믿는 교주만이 절대 선(善)이라며 가족을 속이면서까지 물질을 교주에게 바치는 일부 사이비종교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한탄이 나온다. 

이 같은 ‘짱’ 섬기기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진영끼리 싸우는 한심한 모습까지 보인다. 

진영논리로 들어가면 더욱 가관이다. 생각이 같으면 우리 편이고, 다르면 적(敵)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더욱 심화되면서 좌는 더욱 좌로, 우는 더욱 우로 향하고 있다.

진보진영은 과거 자신들에게 유리한 견해를 밝혔다가 어려움을 겪은 이른바 그때의 ‘양심선언자(?)’들을 끝까지 기억해뒀다가 정권을 잡은 뒤 어떤 방식으로든 보은(報恩)한다. 

자기 편 사람들을 힘들게 한 ‘박해자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언제였건 관계없이 재수사를 통해 끝까지 찾아내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가차 없이 응징한다. 

이에 대해 보수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저항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참 보수답지 않다. 은혜를 원수로 갚거나 기여자들을 등한시하다 자멸해 정권까지 내줬으면서도 통렬한 반성은커녕 분열된 보수를 통합하지도 못한 채 강성 발언으로 일관하면서 ‘집토끼’만 결집시키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둘 다 전체주의가 된다는 것이 동서고금을 통한 역사적 사실이다.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최근 초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 등 극심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10만 대 1로 액면절하하고 최저임금을 3천% 인상하는 등의 경제 개혁 조치를 단행했으나 오히려 물가 급등, 매장 폐쇄, 직원 해고와 산업 무력화를 초래해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남미 최대 산유국이던 베네수엘라 경제가 이처럼 파탄 난 것은 조삼모사(朝三暮四)식 포퓰리즘 때문이다.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오일머니를 무상교육, 무상의료, 식료품 무료 배급 , 토지 무상 분배 등 복지에 흥청망청 쏟아 부었다. 뒤를 이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역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 

출범 초기부터 우리가 제2의 베네수엘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문재인 정부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이 제창한 차베스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무색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더 강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원숭이들은 도토리 7개 중 아침에 3개를 주고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하는 주인에게 화를 내며 저항했다. 그러나 4개를 아침에 주고 3개를 저녁에 주겠다고 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근시안적 사고에 빠진 원숭이들은 잔 술수로 자신들을 만족시키려하는 주인의 속셈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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