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 [뉴시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초계기 저공위협 비행 이후 한국과 일본의 안보 수장 간 첫 만남으로, 갈등 해소의 초안을 그렸다. 다만 초계기 사태에 대해 양국이 여전히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려면 양측의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는 형국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진행된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과 회담을 했다. 회담은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40분 동안 비공개로 치러졌다.

한일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개최된 이후 8개월 만에 회담 자리에 앉았다.

정 장관은 회담을 이후 호텔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남에서 "일본과 한국은 초계기 근접 위협 비행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며 "양국이 긴밀하게 잘 협력하면서 앞으로 향후에는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발전시켜나가자고 하는 데 의견을 일치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인접한 우방국으로서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긴밀하게 협조하고 공조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같이 협력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자고 하는 데 좋은 의견 일치를 봤다"고 언급했다.

또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일 관계는 지난해 10월 일본이 욱일기 게양 문제로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같은 해 12월 초계기로 우리 구축함에 저공 위협비행을 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한일 군 당국은 초계기 갈등이 치솟은 지난 1월 싱가포르에서 가진 첫 대면회의 이후 꾸준히 양자회담을 갖는 것에 대해 논의해 왔다.

지난 9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도 양측은 초계기 갈등 이후 경직된 국방협력 복원 방안에 대해 뜻을 나누기도 했다.

다만 초계기 갈등과 관련해 양측 의견이 쉽게 굽혀지지 않으면서, 샹그릴라 대화 기간에도 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일 국방장관 회담으로  양측은 상호 입장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갈등 국면을 일단 봉합하는 수순으로 나아갈 것으로 여겨진다.

국방부에 따르면 회담에서 정 장관은 이와야 방위상에게 우리 함정의 추적레이더 조사(照射·비춤)는 명백한 사실무근임을 직접 밝혔다. 또 문제의 본질은 일본 초계기의 근접위협비행 행태에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CUES'(공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기준)와 국제법의 준수 필요성을 거듭 말했다.

반면 일본 측은 그동안 일관되게 자신들이 레이더 조사를 당했다고 견지 해온 만큼, 이와야 방위상이 정 장관의 설명을 그래도 받아들이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이와야 방위상은 이날 회담 후 자국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레이더 조사 사안에 대한 일본 입장은 지난해 1월 최종입장 그대로"라면서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는 초계기 갈등 당시 일본은 저공 위협 비행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구축함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게다가 일본 측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 군의 대응 지침에 대해 사실상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우리 군은 지난 1월 주한 일본 무관을 초치해 '3해리 이내에서 일본 초계기의 저공위협비행시 우리 함정과 인원 보호를 위해 추적레이더 조사 전 경고 통신을 할 수 있다'고 강력한 경고 의사를 알린 바 있다. 

다만 정 장관은 "공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기준을 잘 지켜나가고, 통신 분야를 발전시켜서 앞으로 그런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의견 일치가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측은 각자의 주장은 그대로 유지하나, 더 이상 이 문제를 가시화 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야 방위상은 "어느 쪽이 양보해서 대답이 나올 상황이 아니다"며 "우리 견해에 변함은 없지만 미래지향적인 양국 방위 관계를 위해 한 걸음 내닫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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