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4일과 9일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실험발사했다. 북의 이 미사일들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대한민국 어디든지 날아들어 원폭을 투하할 수 있는 끔찍한 무기들이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처럼 십수만 명과 도시 전체가 핵폭풍으로 파괴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8일 만인 지난달 17일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항의 대신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키로 했다. 납득할 수 없다. 청와대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국제아동기금(UNICEF) 등의 대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공여키로 했다. 청와대는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해 나가야한다”며 국민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20~60기의 핵무기로 남한 5000만의 생명을 겨누고 있으며 이산가족 재회 거부 등 인도적 문제와 정치를 구분치 않는다. 이런 무도한 정권에게 “정치와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말은 북을 섬기기 위한 궁색한 구실로 들린다.

청와대는 지난 2월 말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미·북 및 남·북 관계를 재개 해 보려 식량지원 당근을 꺼내든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노리는 것은 식량 지원 정도가 아니다. 수억 달러의 현금 뭉치가 들어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다. 북한의 그러한 속내는 최근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와 ‘조선의 오늘’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지난 5월 12일 ‘메아리’는 ‘근본적인 문제들(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을 뒷전에 밀어놓고…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식량 지원)을 놓고 마치 남북관계의 큰 진전이나 이룩될 것처럼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라고 했다. 같은 날 ‘조선의 오늘’은 노골적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개성공단 재개를 거듭 압박했다. 

만약 청와대가 북의 압박에 굴복해 개성공단을 가동한다면, 북을 핵보유국가로 인정해주고 핵을 더 만들라고 군자금을 대주는 꼴밖에 안 된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북한은 “식량을 받으면 아낀 돈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게 되면 북의 나쁜 행동에 상을 주는 거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대북 규제를 철저히 밀고 가는 미국의 반발과 불신을 격화시켜 주한미군 철수를 자초할 수도 있다. 북한이 파놓은 한·미 이간질 함정에 빠져드는 셈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 까지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자행했다. 우리 국방부가 계산한 북한의 핵 개발비는 모두 11억~15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 돈이면 중국산 옥수수를 450만 톤 살 수 있으며 북한 주민 2300만을 1년10개월 먹일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이 남한처럼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들을 2년 가까이 배불리 먹일 수 있다. 그런 정권에게 남한 주민들의 혈세로 식량을 보내준다면 남한 세금으로 핵폭탄을 더 만들어 남한 파괴와 적화에 나서라는 이적적 지원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평화는 뇌물로 살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북한에 식량을 뇌물로 바친다고 해도 북은 핵을 포기할 리 없다. 북은 김일성의 6.25 기습남침으로 드러난 남한 적화 야욕을 단념할 리 없다. 북은 지난날 개성공단 가동 때 공단 수익금을 핵무기 제조 등 군자금으로 유용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 정부가 검토해야 할 건 대북 식량 지원이 아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치 않고서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대북 규제를 강화하는 방책이다. 대북 식량 지원은 북이 핵을 내려놓을 때 시작해도 된다. 남한 주민들 중에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청와대는 배고픈 남한 주민 식량부터 챙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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