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생물 이야기 [저자 김완기·최원자 / 출판사 (주)사이언스북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미생물은 더이상 微生物이 아니다, 美生物이다. 신간 ‘아름다운 미생물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미생물에 대한 그간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태곳적부터 지구의 역사와 함께한 미생물을 해석하게 된다.

알고 보면 미생물은 인간이 지구에서 시작한 역사보다 휠씬 더 오래전부터 지구의 역사와 함께 해온 위대한(?) 존재다. 지구의 첫 화석이 만들어진 뒤 줄곧 ‘세균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터부시되어온 미생물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지구를 지배해 온 유일한 존재이기도 했다.

사실 지구 역사의 4분의 3의 기간에 생명의 역사로 치면 6분의 5에 해당하는 지구에는 미생물만 있었다. 

그 역사는 지구가 소행성과 혜성의 대규모  폭격에서 벗어나 식기 시작했을 때인 40억 년 이전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암석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구 미생물의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류의 역사와 다양성은 미생물의 역사와 다양성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무시되었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으로 미생물학 산업의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약 10조 원에 이르렀으며 2026년에는 20조 원에 다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발효와 장문화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미래 바이오 산업에서 미생물없이는 아무 이야기도 되지 않는다. 

알고 보면 우리의 일상의 다반사를 차지하는 빵, 술, 김치 등을 만드는 식품 산업은 물론이고, 보톡스, 항생제, 백신,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제약 산업, 심지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에너지 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의 곳곳에서 미생물은 원재료로 사용된다.

김완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과 교수 겸 대학원 의생명과학과 교수와 최원자 이화여자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교수 겸 대학원 에코 과학부 교수가 함께 펴낸 이 책은 40년간 분자 생물학과 미생물학 분야에서 연구와 교육을 해 온 두 저자의 경험과 지혜를 압축해 미생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찾게 해 준 개괄서라고 보면 된다.

저자는 “‘작아서 더 아름다운’ 존재인 지구 미생물의 어제, 오늘, 내일을 입체적으로 짚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미생물의 진화사를 빅뱅과 우주 팽창, 그리고 은하와 태양계 형성 같은 우주의 진화사와 결합해 거대한 히스토리의 일부로서 소개하고 있는 지점이 기존의 미생물학 관련 서적과의 차이다. 이것은 자연 과학에 대한 융합 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교육 현실과 극한 미생물에 대한 연구 성과가 축적되고 있는 현재의 학계 동향을 반영한 결과다. 최근 육상이나 해양 같은 지구 표면만이 아니라 지하 수천 킬로미터 아래 마그마처럼 뜨거운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이나 방사선 폐기물 저장고 같은 극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 성과가 최근 축적되면서 미생물이 지구에서만 서식 가능한 게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도, 혹은 다른 행성에서도 충분히 서식 가능하다는 게 밝혀졌다”고 밝혔다.

저자는 최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미생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입문하기 쉽도록 책에 풀어냈다.  

1부 '미생물의 행진'은 미생물과 지구 생명의 역사를 재구축해 미생물의 진화사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어 2부 '미생물학의 역사'에서는 미생물학의 ‘큰아버지’ 레이우엔훅, ‘아버지’ 파스퇴르, ‘작은아버지’ 코흐의 삶과 업적을 통해 미생물학의 탄생사를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최신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두고, 융합 교육을 염두에 둔 구성은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3부에서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질병 등에 맞서 분투하는 미생물학자들의 이야기나, 새로운 미용 및 의료 관련 기술, 바이오 에탄올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공들이는 산업계 소식을 다룬다. 이 부분에서는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융합 교육를 염두에 둔 탄탄한 내용들로 구성됐다. 이어 4부에서는 '생활 속의 미생물'을 다뤄 실전에서 접할 수 있는 미생물에 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왔고  공진화, 전유전체, 합성 생물학 등등 미생물학계의 최근 이슈들도 빠뜨리지 않았다.

저자는 “자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미생물과 인간은 때론 불편하게 때론 아름답게 공생해 나가는 아름다운 존재다. 이런 관계를 이해하는 순간 자연을 자연답게 보존해야 하는 이유에 답을 구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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