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집권 2기 취임선서식을 가졌다. 그가 취임사를 통해 밝힌 내용중 유독 눈길을 더 끄는 몇 대목들이 있다. 그는 “역사는 압제자에게 분노했음을 보여주었으며, 그것은 인간 자유의 힘이 원천이었다”고 역설하였다. 이어 그는 “이 시대의 소명은 전 세계에서 폭정을 끝내는 것이다”라고 강조하였다. 그밖에도 그는 “미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한국인들은 박정희 개발독재 시절 ‘압제’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통감하면서 역사의 심판을 기다리며 살아 왔다. 그래서 부시의 취임사에서 통절한 공명감을 느꼈다. 또한 한국인들은 개발독재 종식 이후 민주세력이란 정권들이 들어선 뒤에도 간교한 압제에 시달려왔다는데서 더 더욱 부시의 취임사가 가슴에 와닿았다. 개발독제 이후 정권들은 ‘문민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참여정부’니, 하는 따위의 허울좋은 간판들을 겉으론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정적과 비판 언론들을 음습하게 압제해 왔다는데서 그렇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은 절반의 동족들이 휴전선 북쪽에서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정’속에 시달리고 있다는데서 더 한층 부시의 취임사가 소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들의 ‘이 시대의 소명’은 당연히 북한 김정일의 ‘폭정을 끝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 정권마저 김정일의 폭정 끝내기 보다는 그의 권력을 연장해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많은 국민들이 답답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한다. 김·노 정권은 개발독재를 수치스럽게 여기고 혐오한다면서도 그와 비할데 없이 잔혹한 김정일 ‘폭정’에 대해선 감싸고 돈다. 김정일을 싸고도는 세력이야 말로 ‘역사는 압제자에게 분노했음’을 알지도 못하는게 아닌가 한다. 그들은 ‘자유’ ‘민주’등을 주술처럼 외어대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자유의 참뜻을 모르고 있는 듯 싶다. 실상 그들은 ‘자유’와 ‘민주’란 용어들을 정치투쟁과 권력장악의 방편으로 이용했을 뿐, 인간의 기본권이며 죽음과도 바꿀 수 없는 천부적 권리라는 것을 까맣게 잊은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이 그토록 자유를 재산과 생명 보다 소중히 여기는데는 선대로부터 체득한데 연유한다. 미국은 영국의 식민통치 압제를 벗어나기 위해 무려 9년간에 걸쳐 독립전쟁을 감행하며 생명과 재산을 모두 바쳤다. 독립운동 당시 패트릭 헨리는 버지니아 의회 연설에서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절규했다. 토마스 페인은 1775년 ‘상식’이란 제하의 글을 통해 “미국은 부패하지 않았고 민주적이므로 (영국)왕의 폭정으로부터 해방하여 억압받고 있는 모든 다른 국민들에게 하나의 선례를 남겨주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선언하였다.저와같이 미국인들은 자유의 소중함을 통감하고 피흘려 싸워 쟁취함으로써 자유사상이 체질화되었다. 동시에 미국인들은 페인의 절규대로 인류를 “폭정으로부터 해방하여 억압받고 있는 모든 다른 민족들에게 하나의 선례를 남겨주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부시가 취임사를 통해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한 것도 230년전 페인의 외침에 연원한다. 노 대통령도 “역사는 압제자에게 분노했다”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역사는 김정일 폭정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그의 권력을 연장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끝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의 소명’임을 잊지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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