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일본 중년 여인들의 ‘욘사마(裵樣)’ 열풍이 지난 11월 25일 절정에 이르렀다. 일본 에서 ‘욘사마’로 통하는 ‘겨울연가’ 주인공 배용준씨의 일본 방문이 계기가 되었다. ‘욘사마’는 배용준의 성씨 배의 일본어 ‘욘’과 귀한 사람에게나 붙여주는 존칭인 ‘사마’(樣)가 합친 말이다. ‘욘사마’의 일본 나리타 공항 도착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6,000여명의 여성 팬들이 몰려들었다. 한 10대 소녀는 일본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국제 결혼하고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지난날 일본인들은 한반도를 식민통치하였고 한국인들을 우습게 여겼다. 한국인들은 신뢰성이 없고 거짓말 잘하며 경박하다고 했다. 어둡고 시끄러운 사람들이라고도 했다.하지만 ‘욘사마’의 열풍으로 이제 일본 여성들은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겨울연가’의 주인공 ‘욘사마’를 통해 일본 남성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진실성, 순수성, 헌신, 정열, 포용 등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욘사마’의 열풍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조차 ‘욘사마’의 인기를 부러워한다고 실토할 정도이다. 그는 지난 8월 참의원 선거 때 자신도 “욘사마 처럼 인기가 높아져 ‘준사마’로 불리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였다는데서 그렇다. 일본의 여론조사 결과 ‘욘사마’ 인기 덕택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다이이치 생명보험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욘사마’ 열풍은 관광 급증 등 23억달러의 교역효과를 가져온다고도 했다.하지만 지난 12월 중순 일본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수행한 한국 기자가 ‘욘사마’ 열풍에 찬물을 끼얹어 씁쓸하기 그지 없다. 그들이 기자회견 석상에서 일본 내정에 간섭하는 발언을 삼가지 않았는가 하면, 거친 막말을 토해 냈기 까닭이다.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와의 합동 기자회견 석상에서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와 관련해 “일본의 국익에도 안 맞을 것”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이어 그는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가짜유골 송환 때문에 일본인들이 “바로 (대북경제) 제재에 들어가자고 ‘경솔하게’ 말 할 수 없다”고 나무라기도 했다.일본의 대북 경제제재는 일본 정부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경제제재가 일본의 국익에 해가 된다느니, 경솔하게 서둘지 말라느니, 훈계함으로써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외교적 무례였고 김정일의 대변인 같은 인상을 금치 못하게 한 친북 발언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를 옆에 앉혀놓은채 일본측을 나무라며 훈계하는 투의 말을 했다는 것은 고이즈미에 대한 결례였다. 결국 참다못한 일본 기자는 “일본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일본 사람들의 문제라고 본다”며 그런 말까지 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기에 이르렀다.그런가하면 어느 한국 수행기자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고이즈미 총리에게 일본측의 ‘망언’ ‘전범’등 거친 낱말을 써가면서 질문했다. 고이즈미 총리와 일본인들에게 모멸감을 금할 수 없게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답변 내내 굳은 얼굴을 풀지 못했다. 저와같은 노 대통령과 수행기자의 무례하고도 거친 말들은 한창 일고있는 일본인들의 ‘욘사마’ 열풍에 찬물을 끼얹기에 족했다. 그런 발언들은 일본인들이 역시 한국인들은 믿을 수 없고 경박한 사람들이라고 다시금 경멸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한민국 ‘국익’에 안맞는 막말이었다. 정제되고 신중한 어휘 구사가 요구된다고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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