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전직 대통령이 네 명 있다. 이들은 재임중 치적의 잘 잘못을 떠나 국가를 통치한 경륜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들은 통치 경험을 살려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정부나 국민에게 조언할 수 있다.하지만 전직 대통령에게는 나서서는 안될 일이 분명히 있다. 재임 기간의 치적을 정당화하거나 변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전직 대통령이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있어 적지않은 국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얼마 전 남북관계와 관련해 “지난 4년 동안 과거 50년 보다 많은 일이 이뤄졌다”면서 “결국 남북 정상이 만나서 결단을 내린 결과라고 본다”고 자화자찬했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공과(功過) 논란에 휘말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건국 이후 최고의 업적인 것으로 스스로 추켜세웠다. 자신의 치적에 바람을 불어 넣으려는데 연유했다.또한 그는 북한의 핵 무기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못밖았다. 이 주장은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만 상대하겠다고 고집해온 북한의 입장을 지지해준 것이고, 다자 틀 속에서 해결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노선에 위배된다. 그는 어느 쪽을 위한 전직 대통령인지 헷갈리게 한다.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믿는다”고 두둔해 주었다. 김정일은 10년 전 핵을 포기하겠다고 합의해놓고서도 뒷전으로는 핵을 만들어왔다. 그는 남한 적화를 위해서는 거짓말하고 속이며 대한항공(KAL) 858기 공중폭파 및 아웅산 묘소 학살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이 어떻게 저런 사람에 대해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함부로 공언해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 붉은 독재자를 감싸준 셈이다.뿐만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은 사법당국에 의해 유죄판결까지 받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정당했다고 강변했다. 그는 “대북송금 특검은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대북 비밀송금은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5억달러나 북한측에 몰래 빼돌린 불법행위였다. 그래서 사법당국은 불법송급과 관련된 그의 부하들에게 줄줄이 유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그런데도 김 전 대통령은 그런 불법행위에 대해 조사를 “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법을 법대로 집행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니 이 나라의 법질서가 왜 이 모양으로 전락되었나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그밖에도 김 전 대통령은 사법당국에 의해 1,2심에서 모두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게 ‘모함’ 때문이라고 위로했다. 그는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나라를 위해 일하다가 모함과 고초를 당하는 것을 억울해 하지 말고”라고 했다. 그가 가까이했던 박 실장의 ‘고초’에 대해 마음 아프게 여긴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이해한다. 그렇지만 전직 대통령이 1,2심 모두 중형을 받은 수형자에 대해 ‘모함’에 의해 희생된 것이라고 단언했다는 것은 전직 대통령이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를 망가뜨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김 전 대통령은 나라의 어른으로서 자중해야 한다. 자신의 치적을 불리거나 변명하려 들지 말아야 하고 법질서를 깨는 말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치적 평가는 후세의 역사가들에게 맡겨놓아야 한다. 겸허한 자세로 여생을 조용히 쉬며 숨김없는 회고록이나 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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