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0~70대는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기 때문에” 4·15총선에서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공언한지 꽤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그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자신들을 ‘고려장’의 대상 정도로만 간주하며 능멸한 것을 쉽게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려장이란 고구려 때 늙고 병든 노인을 산 채로 땅 구덩이에 두었다가 죽으면 그곳에 매장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정 의장의 노인층에 대한 ‘퇴장’ 요구는 아직도 중후한 경륜으로 정치·경제·사회계를 계도하고 있는 60대 이상의 참정권을 산 채로 땅 구덩이에 묻으려는 현대판 고려장이 아닐 수 없다.정 의장의 노인층 모멸은 60대 이상이 열린우리당의 급진성을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는데 연유했다. 정 의장은 그들을 정치적 적으로 간주하기에 앞서 그들이 왜 열린우리당 노선을 반대하는가를 되새겨 보았어야 했다. 아무리 자기 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참정권마저 포기토록 요구하며 퇴장까지 종용하고 나섰다는 것은 한 정치인으로서의 포용성을 의심케 하기에 족하다. 그의 막말은 노무현 대통령과 막말하기 경쟁에 나선 것을 보여준게 아닌가 걱정케 한다. 정 의장의 노년층 투표 포기 종용은 한민족이 오래 간직해온 경로사상을 짓밟고 노년 세대에 대한 경멸 풍조를 확산시킬 우려를 수반했다. 노년층에 대한 언어의 학대이기도 했다. 정 의장과 같은 막말이 튀어나오는 한, 지하철이나 버스에 ‘경로석’이란 문구를 아무리 써붙여 놓고 ‘어버이 날’ 행사를 수백번 거행해 보았댔자, 노인 학대는 사라질 수 없다. 과연 60~70대는 ‘퇴장’해야만 할 정도로 정말 쓸모 없는 퇴물들인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김대중씨만 해도 79세 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삼성그룹을 이끌고있는 이건희 회장은 64세이다. 20세기의 위대한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77세에 총리로 재선되어 81세에 은퇴하였다. 알란 그린스펀은 61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여 78세인 오늘까지도 17년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미국의 금융정책을 뛰어난 솜씨로 관리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 석학 피터 드러커는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 교수로서 95세인데도 저술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지금도 그가 펴내는 저서는 베스트 셀러에 오른다. 그밖에도 60~70대는 커녕 80~90대들이 젊은이들 뺨치게 활동하는 예는 끝없이 많다. 51세의 정 의장은 저같은 60~90대의 활약상을 전혀 외면한 채 오직 고려장 제도만 들여다 보고 있었던 것 같다.특히 정 의장은 한국의 60대 이상 세대가 얼마나 조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기여해왔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그들은 북한의 6·25 적화남침 때 목숨바쳐 전선에 뛰어들어 대한민국의 자유를 구해낸 영웅들이다. 그들은 북의 적화 유린으로 폐허된 땅위에서 추위에 떨며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맨주먹으로 ‘한강의 기적’과 오늘의 번영을 일궈 낸 산업역군들이다. 그들은 자유당 독재와 개발독재에 맞서 자유를 지켜온 자유투사들이다. 그들은 6·25 남침 이후에도 사죄는 켜녕 도리어 남한 적화를 위해 악랄하게 파괴하고 침투해 들어오는 붉은 세력을 투철한 반공의식으로 앞장서서 막아내고 있는 자유수호 세대이다.바로 그런 선배들에게 정 의장은 ‘퇴장’할 늙은이들이므로 투표권마저 포기하라고 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거부한 행위요, 자신을 낳아 길러주신 부모를 배척한 패륜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정 의장 뿐 아니라 일부 젊은 세대들이 ‘노풍’을 타고 ‘세대교체’를 외쳐대며 설치고 있다. 역시 그런 풋내기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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