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법이 없다면 가장 잔혹한 짐승이 된다”. 플라톤이 불후의 명저 ‘법률론’에서 명시한 대목이다. 그의 지적대로 인간에게 법의 규제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주먹이 세상을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동물세계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가 ‘법 보다 주먹이 앞서는 세상’ 으로 변하는게 아닌가 걱정된다.그같은 현상은 남 보다 법을 먼저 지키고 모범이 되어야 할 공익 단체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탄핵무효범국민행동 등이 그들이다.전공노와 전교조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국가공무원 및 교원노조법에 따라 정치활동이 일절 금지되어있다. 헌법재판소도 이들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합헌이라고 확인했다. 민주노동당 지지는 실정법을 위반한 탈법행위임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노와 전교조는 그들이 실정법을 위반했는데도 그들을 처벌할 경우 보복할 것이라고 도리어 협박하고 나섰다. 자신들에게 “국가공무원법 등 법률 위반을 이유로 위해를 가하려는 세력들은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는데서 그렇다. 그런가하면 불법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던 ‘탄핵무효범국민행동’과 ‘국민의 힘’ 요원들도 도리어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거부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들중 한 사람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경찰·검찰)이 국민위에 서서 촛불행사를 사법 처리하는 것은 민의를 사법 처리하는 것과 같다”고 도리어 큰 소리 쳤다. 이쯤되면 대한민국에서는 어느새 공권력과 법은 기능하지 않고 오직 거대 조직과 힘만이 통하는 세상으로 전복된 느낌을 금할 수 없게 된다. 대한민국은 기존 체제를 뒤엎는 급진 혁명 세력의 장악하에 들어간게 아닌가 두렵게 한다. 이러다가는 법을 어기고 폭력을 가장 잔혹하게 휘둘러대는 지하 폭력 범죄조직이 지배하는 국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어느 때 보다도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권력에 의한 엄한 법 집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늘의 집권세력은 결연한 법 집행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나라 법 집행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부터가 법을 위반한 혐의로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 되어 있고, 그가 법 집행에 대해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법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나는 법 보다 밥이 우선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나한테 법, 법 하지 말라, 당신들은 법 다 지키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그런가하면 노 대통령의 선임자인 김대중 대통령도 법을 안지켜도 된다는 주장을 했다. 그는 “국민의 강력한 요구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법 보다 국민의 요구가 앞선다는 말이다. 그들이 대통령인지, 반체제 운동권 소속 인지, 헷갈리게 하는 대목들이다.김대중씨에 이은 노 대통령의 법 경시 내지 탈법행위 조장 언행들은 공권력과 법 무시 풍조를 확산시키는데 앞장선 셈이다. 결국 국가 공공조직체들의 기존 국가권력 및 법 거부 작태를 조장시켰고 오늘의 무정부 상태 위기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단 하나 밖에 없다.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이 가차없이 법을 집행하는 것, 그것 뿐이다. 그렇지 못할 때 대한민국은 ‘가장 잔혹한 짐승’의 세상으로 전락되고 만다는 사실을 거듭 환기해두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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