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년을 보내면서 담아낸 품위없는 막말들을 두고 말이 많다. 노 대통령 자신은 “자조적이며 냉소적인 비주류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청와대측에서는 “운동권과 어울리다 배운 것”, “재야로만 떠돌다 생긴 것”, “판사생활이 짧다 보니 정돈된 언어를 사용할 시간도 짧았기” 까닭이라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이 능란한 변설력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가 5공 청문회 당시 스타로 떠오른 것도 그의 인상적인 어휘력과 재치있는 말솜씨 그리고 성실한 사전 자료조사 때문이었다.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품위없는 비속어를 내뱉는가 하면, 정치적으로 크나큰 파장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들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그는 ‘깽판’ ‘양아치’ ‘막가자는 거죠’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변설력은 좋지만 그런 막말들이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고 정치적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는데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구세력의 뿌리를 떠나서 새 세력이 국가를 지배하기 위한 터를 잡기 위해 천도가 필요했다”고 공언했다.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은 최근 발간한 책자를 통해 고구려의 평양 천도는 ‘도읍 옮기기에 그치지 않고 나라 바꾸기를 시도한 하나의 개혁’이라는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결국 노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이전은 구세력을 적대시한 나머지 ‘구세력의 뿌리’를 떠나 대한민국을 ‘바꾸기’위한 기도가 아닌가 의심케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대한인민민주주의공화국’으로 바꾸겠다는 의도인지 석연치 않게 한다. 그밖에도 노 대통령은 “정(政) 권(權) 언(言) 재(財)가 유착해 강자의 지배구조를 형성해 이뤄지는 부정부패의 구조가 해체돼가고 있다”며 자신의 목표는 “엘리트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데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목도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였다. 미국과 영국등 구미의 모든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도 엘리트 민주주의라는 구조적 특성을 피할수 없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엘리트 민주주의가 아니고 ‘대중 민주주의’가 목표라니 구미식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대중’ 또는 ‘민중’의 이름으로 독재체제를 구축한 후안 페론의 포퓰리즘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섬뜩하게 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거나, 아니면 설익은 운동권 기분의 소치가 아닌가 한다. 실상 노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소개한 운동권 출신의 한 386세대 측근은 노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5·16쿠데타와 연결시켰다. 그는 5·16 때는 “군인들이 총칼로 한강 다리를 건넜지만…우리는 노사모와 한강다리를 건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목은 노 대통령 측근들이 5·16쿠데타 때처럼 기존 판을 혁명적으로 뒤집어엎어야 한다는 설익은 운동권 의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반영한 것 같다. 그로부터 2주일 후 노 대통령은 그런 쿠데타적 혁명 발상이 마음에 들었던지 ‘시민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대한민국을 뒤엎는 피비린내 나는 혁명을 준비하는 건지 불안케 했다.저같은 노 대통령의 문제성 발언들은 설익은 참모들의 운동권 수준 생각을 노 대통령이 분별없이 받아 삼킨데서 파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막말은 “운동권과 어울리다 배운 것”이거나 “재야로만 떠돌다 생긴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설익은 재야 운동권의 대장이 아니요, 4,800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임을 유의하여 단어들을 신중히 분별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