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야근ㆍ일 처리 미숙에 폭언’…구제 받을 수 있나 문의 폭주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사건 진상대책위 활동 보장 및 서울시장 면담 촉구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사건 진상대책위 활동 보장 및 서울시장 면담 촉구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올해 초 A회사에 다니는 직원의 가족 B씨로부터 전화 상담 요청을 받았다.

B씨는 “A씨가 회사에서 직장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어떻게 구제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구체적으로 B씨는 A씨의 직장 상사가 업무를 과다하게 부여해 매일 야근을 하고, 일 처리가 늦었다고 폭언까지 듣게 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우울증 증상까지 나타나 가족으로서 대신 알아보고 있었다.

이처럼 직장에서 갑질을 당한 경우 어떻게 직원이 구제받을 수 있을까. 올초만 해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대한 규정이 시행되기 전이라 회사 내의 고충처리 절차를 통해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오는 7월 16일부터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시행되고,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경우 직원은 회사에 문제를 제기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인지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특히 이번에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이다 보니 혼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이에 회사는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인지를 알고 대응하며, 근로자로서는 어떤 행위를 당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써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지위를 이용,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고통을 주는 행위 7월 16일부터 금지
사내 메신저ㆍSNS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문제적 행위 발생할 수도…주의해야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규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오는 7월 16일부터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금지가 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

또한 근로기준법 제93조에 따라서 상시근로자 1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및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 금지(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가 된다.

이와 더불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에 대하여 산재(업무상 질병)로 인정받게 됐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정하고 있지만, 당사자와의 관계, 행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행위 내용 및 정도, 행위기간(일회적/단기적/지속적)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만 문제된 행위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또한 피해자가 실제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요소 : 행위자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를 말하는데, 사용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로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사업주 등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자신의 책임 아래 근로자에 대한 인사처분을 할 수 있고, 근로자의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하며,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결정/집행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한편 파견근로자의 경우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로 볼 수 있고, 만일 사용사업주 소속의 근로자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에는 사용사업주가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조치의무를 부담해야 함을 유의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요소 : 행위요건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②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③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3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첫째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이라는 요건에서 우위성이란 ‘피해자가 괴롭힘 행위에 대해 저항 또는 거절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관계’를 의미한다. 또한, 지위의 우위란 괴롭힘 행위자가 지휘명령 관계에서 상위에 있거나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가 아니어도 직위/직급체계상 상위에 있음을 이용하는 경우라면 인정될 수 있다.

한편 관계의 우위로 볼 수 있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수적 측면에서 개인과 집단, 인적 속성 측면에서의 연령, 성별, 학벌, 출신지역, 인종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관계, 근속연수나 전문지식 같은 업무역량, 감사 및 인사부서 등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 근로자 조직(노조, 직장 협의회 등) 구성원 여부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관계의 우위성은 상대적일 수 있으므로 우위성을 달리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이라는 요건은 행위자의 우위성이 인정되더라도 문제 된 행위가 업무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업무수행 중이 아니라도 업무수행 빙자해 이루어졌다거나 이와 함께 이루어진 경우에는 업무관련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문제된 행위가 사회통념상 업무상 필요하지 않았다거나 업무상 필요하더라도 행위 양상이 사회통념상 적절하지 않았을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폭행이나 협박 행위, 폭언/욕설/험담 등 언어적 행위, 사적 용무의 지시, 집단 따돌림과 업무수행 과정에서 의도적 배제, 업무와 무관한 일의 반복적 지시, 과도한 업무의 부여, 원활한 업무의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반면, 직장 내 구성원 간에 사적인 볼일을 보던 중 발생한 갈등상황, 업무상 주의나 지시, 명령에 대하여 불만을 느낀 경우 등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려우며, 업무상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근로계약,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 등을 토대로 판단하면 된다.

셋째 어떠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려면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어야 한다. 예컨대, 화장실 앞 근무지시 등 근로자가 제대로 된 업무수행을 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행위로 볼 수 있다. 행위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 행위로 인하여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거나 근무환경이 이전보다 나빠졌다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 요건들이 모두 충족된다면 발생장소가 사업장이 아니어도 인정될 수 있다. 예컨대, 출장지나 외근 중에 일어난 경우와 회식이나 기업 행사 도중에 일어난 경우뿐만 아니라, 사내 메신저나 SNS 등 온라인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진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