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27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또 했다. 지난 6월 23일에 이은 두 번째 노 정권에 대한 고언이다. 김추기경은 두 달 전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의 상황은 망망대해에서 태풍을 만난 배와 같다” 면서 “선장인 대통령이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노대통령이 말바꾸기를 잘하는 것 같은데 자신의 말을 믿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고 충언했다. 김추기경은 지난 27일 인터뷰를 통해 두 달 전의 쓴 소리 보다 더 깊은 우려의 충언을 다시금 아끼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아직도 불안하다”고 염려하였다. 그는 “남북 만남의 마당을 북의 선전장이나 북의 입지 강화의 자리로 삼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와같은 노 추기경의 우려와 불안감 표출은 노정권에 대한 국민적 좌절과 불신 그리고 불만을 한 종교 지도자로서 표명한 대목임이 분명하다. 얼마나 대한민국의 사정이 위급한 상태면 젊잖고 말을 아끼는 김추기경이 연거푸 깊은 우려를 표명해야 했는가를 노정권은 헤아려야 한다. 김추기경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겁내지 않고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양심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우려와 불안 표출은 단지 김추기경으로 그치지 않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으로 무능하고 무지하고,대책없는 정권”이라고 한탄했다.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노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않다”며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불안 제기는 집권 민주당에서 조차 강렬하다. 김근태 의원은 노대통령의 최대 문제점은 “지금의 위기를 위기라고 진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로인해 그의 지구당 위원장들은 “노대통령이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한다고 밝혔다.그뿐만 아니다. 같은 집권당의 김경재 의원은 “사람들이 예전같으면 쿠데타가 몇번 일어났을 상황”이라고 하더라고 털어놓았다. 노대통령에 대한 걱정은 국내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언론은 물론 유럽 언론까지 나섰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사람을 실망시키고 말았다’며 한 나라의 국가 원수가 이렇게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은 잘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반응한다. 그는 “실제로 별 어려움이 없다. 신문만 안 보면 다 잘 되고 있다”고 지난 6월 17일 항변했다. 그의 말대로 “정권 방송”으로서 충성을 다 하는 방송들만 보면, 노대통령의 말 대로 모든게 다 잘 되고 있는 것같다. 그의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언론을 죽이자고 생각하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대통령이 비판신문들을 다 죽일 수는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와 양심은 다 죽일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노대통령이 비판의 목소리와 양심마저 다 죽일 수 없으면서도 비판을 깨끗이 제거할 수 있는 길도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잘못된 지도력을 과감히 고쳐가는 것, 그것이다.먼저 노대통령은 국민이 위기로 판단하는 것을 거부하는 자신의 의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그의 지도력의 문제점은 위기를 위기로 볼 수 없다는데서 출발한다. 거기에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언론 등 남의 탓으로 돌린다는 책임 회피성까지 함께하고 있다. 따라서 노대통령은 위기를 위기로 직시하고 모든 것을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지난 6개월의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 노대통령이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야 할 대목들은 명백하다. 코드에만 맞춘 패거리 의존 정책, 빈번한 말 뒤집기,노조측의 코드에 맞춘 노동정책, 언론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언론에 대한 공격적 언사,북한의 반미친북 선동에 동조하는 듯한 불안감, 국내 좌파성향 세력에 대한 온정적 태도 등을 전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그렇지 못할 때 노대통령은 집권당 내에서 조차 “임기를 제대로 다 마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정권 퇴진하라”는 절규는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에 의한 자유민주체제 전복,그 자체마저 위협 받을 수도 있음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