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대단한 일자리 붐’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다뤘다. 선진국 3분의 2가 ‘유례없는 일자리 호황’이라는 부러운 기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3분의 2가 10년에서 반세기 만에 실업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유례없는 일자리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4월 실업률은 3.6%로 49년 만에 가장 낮았고,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악재에도 1분기 실업률이 3.8%로 45년 만의 최저다. 독일의 실업률은 4.9%로 1990년 통일 이후 가장 낮았다.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전체의 3월 실업률도 6.4%로 19년 만의 최저다.

그러나 반대로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는 마치 IMF 외환위기 전야로 되돌아간 분위기다. 2년간 최저임금 29.1% 인상,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 대폭 축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비용 처방’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그 비용을 기업과 자영업자 등 고용 주체에게 떠넘겼다.

그 결과 1분기 성장률은 OECD 국가 중 꼴찌인 –0.3%, 설비투자는 10.8% 급감, 청년 체감실업률은 25.2%, 수출은 6개월째 감소, 30~40대 일자리는 19개월 연속 감소, 제조업 고용은 13개월 연속 감소, 1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은 37% 추락 등의 경제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아예 구직을 중단한 ‘취업 포기자’도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다.

지금 일자리 불황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의 결과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세금으로 퍼부어 휴지 줍기, 강의실 전등 끄기 등과 같은 일회성 일자리나 노인 용돈벌이 일자리, 공공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질 낮은 일자리만 늘리고 있다. 모두 국민을 속이는 ‘가짜 일자리’이다.

설상가상 ‘여당발(發) 증세(增稅)론’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 직속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이제민 부의장이 민주당 워크숍에서 “중장기적인 증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최운열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법인세 최고세율(25%) 구간을 ‘300천억 원 초과’에서 ‘500억 원 초과’로 넓히고, 고소득자 소득세율도 높일 필요성을 언급했다.

법인세율은 한 나라의 기업정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선진국들에서는 증세가 아니라 감세 바람이 거세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파격 감세한 후 성장 및 고용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법인세를 34%에서 20%대 초반까지 낮춰 대졸자 취업률98%로 ‘사실상 완전 취업’의 나라가 됐다.

OECD 37개 회원국 중 최근 5년 내에 법인세를 내린 나라가 일본,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 벨기에 등 14개국에 이른다. 그러나 문 정부는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역주행으로 OECD에서 7번째로 높은 나라가 됐다.

높은 법인세와 강성 노조에 규제마저 심하니 지난해 55조원의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여기에 최고 65%의 살인적인 상속세율이 승계 포기나 해외 탈출 중 선택을 강요한다. 기업을 팔고 해외로 이주하는 소득상위계층이 올 들어 3배가량 급증했다는 뉴스도 정말 비상한 문제다.

문 정부의 기업 증세 발상은 경제위기를 더 키운다. 증세로 기업의 탈(脫)한국에 불을 당기면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경제에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경제 활력의 답은 증세 아닌 감세에 있다. 문 정부는 ‘법인세를 1%포인트 올릴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최대 1.13%포인트 하락한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귓등으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1961년 5.16혁명이 난 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11명의 부정축재자 중 제1호로 몰려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에게 호출됐다. 이병철은 “경제인들에게 벌금 대신 공장을 건설케 하여 그 주식을 정부에 납부하도록 해달라. 그렇게 하면 납부하는 사람에게는 시간 여유가 생기고, 정부는 그때 가서 과연 국가에 해를 끼쳤는가 이바지했는가를 다시 평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고, 이 제안은 최고회의의 의결을 거쳐 ‘투자명령’이라는 법령으로 실현됐다. 이처럼 ‘한강의 기적’은 거저 이뤄진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위기가 아니다”라 하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이 추락하면 그보다 더 심각한 위기 경보는 없다. 문 정부는 박정희 정부의 국정운영 지혜를 적폐로 내칠 것이 아니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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