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둔 비자금 추적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정당국이 A종교단체 명의로 된 2조원대의 ‘괴자금 계좌’ 70여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종교단체 명의로 된 계좌는 전국 20여개 금융기관에 개설된 것으로 계좌별로는 적게는 수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에 이를 정도로 거액이 예치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은 이들 계좌의 소유주와 계좌번호를 일괄적으로 확인하고, 자금의 흐름 및 차명여부, 그리고 예치된 괴자금의 실제 주인 등에 대한 포괄적인 내사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은 이들 계좌가 지난 95년 이후 거의 거래가 없이 사실상 휴면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전두환씨 등 5공 관련 인사들이 숨겨둔 비자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어 향후 실체가 드러날 경우 큰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이 ‘괴자금리스트’에는 일반 시중은행을 포함해 제2금융권 등 20여개가 넘는 금융기관에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등 총 2조원대의 괴자금이 예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리스트에는 금융기관과 예금종류, 계좌번호, 예금액수 등도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다만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리스트에 적시된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 예금종류와 액수, 명의자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좌의 명의자는 대부분 A종교단체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계좌의 개설 시기는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지난 90년대 중반(95~98년) 무렵을 전후해 계좌에 들어있던 괴자금 중 일부분이 누군가에 의해 빠져나간 흔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계좌의 경우 자금이 모두 빠져나가 계좌 자체가 폐쇄된 것도 있었다.

문제는 수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는 이들 계좌에 들어있는 괴자금 출처 및 용도. 이들 계좌의 주인으로 되어 있는 A단체는 신흥 종교단체로 전국에 지부가 설치돼 있는 등 날로 교세가 확장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 단체가 2조원대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소유할 정도로 부유한 단체는 아니라는 게 종교계 인사들의 지적이다.따라서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리스트에 적시된 내용이 사실이고 명의자가 A단체라면, A 단체를 차명으로 한 정치권의 비자금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리스트를 확보한 사정기관에서는 이 괴자금이 5공 인사들이 숨겨둔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리스트 출처 및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사정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자체 정보팀을 통해 괴자금이 담겨 있는 계좌 및 리스트를 확인했다”며 “리스트의 출처와 내용의 진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두환 비자금 새로운 불씨

이 관계자는 또 “리스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두환 전 대통령 등 5공 세력들의 비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보팀의 추가 보고가 있어 금융기관에 협조요청 방안 등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교단체 명의의 수천억 괴자금 리스트를 최근 사정기관이 확인하면서 리스트의 진위 여부와 맞물려 전두환 비자금 논란도 새롭게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추징률 24%라는 저조한 실적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검찰도 전씨 비자금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 등 사정기관과 전씨측의 ‘비자금찾기’ 숨바꼭질은 전체 추징금 2,205억원 중 지금까지 532억7,043만원만 추징을 집행해 24.2%의 저조한 징수율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총 추징금 2,628억9,600만원중 80.25%의 징수율을 보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이처럼 두 사람의 추징금 납부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은 비자금 은닉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전씨는 계좌추적이 어려운 채권 등의 형태로 비자금을 관리해 온 반면, 노씨는 금융기관의 가차명 계좌로 관리하거나 기업인들에게 거액을 빌려주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국가기관에 쉽게 노출됐던 것. 따라서 검찰은 전씨의 경우 비자금이 해외계좌나 종교단체 계좌에 은닉되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추적중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전씨의 동생 전경환씨가 모건설업체를 상대로 7억원대 사기를 치는 과정에 해외계좌를 담보물로 제시했다는 점도 주시하고 있다.

특정 종교단체 유착 의혹

실제로 전두환 등 5공세력들의 비자금이 일부 종교단체에 유입됐을 것이란 의혹은 예전에도 몇 차례 불거진 바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99년 5월 불거진 특정종교와 5공세력간의 유착 의혹. 당시 5공 실세로 통했던 허문도씨가 모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케이블TV업체 사장에 선임되자 5공세력들이 이 종교단체를 기반으로 정치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등 갖가지 구설수가 나돌았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전두환 등 5공세력이 비자금 세탁 창구로 이 종교단체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설수 및 의혹들이 지금까지 추측에 그쳤을 뿐 사실로 밝혀지진 않았다.다만 종교단체의 특성상 세무조사 및 자금흐름이 자유로운 특정 종교단체를 통해 일부 5공 비자금이 활용됐을 것이란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최근 A종교단체 명의의 수조원대 괴자금 계좌가 전두환 등 5공인사들이 숨겨둔 비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사정기관의 시각이다. 따라서 계좌추적권이 있는 검찰이 영장발부 등을 통해 A단체의 괴자금 출처와 용처 등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면 리스트 진위 여부는 물론 전두환 비자금 여부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두환 추징금 납부 현황전 재산이 29만원인데 웬 추징금(?)총 추징액 2,205억원중 532여억원 납부 1,600여억원 미회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징률이 여전히 저조하다. 1997년 대법원에서 선고된 총 2,205억원의 추징액 중 지금까지 환수된 금액은 532억7,043만원으로 추징실적은 24.2%에 불과하다.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총 2,628억원 중 80.25%가 추징되어 519억원의 미추징금이 남아있는 것과 비교해볼때 상당히 낮은 추징액이다. 전씨의 비자금 추징은 판결 직후 312억여원의 추징이 이뤄진 뒤 거의 경매를 통한 푼돈 수준으로 이뤄졌다. 전씨 소유의 벤츠 승용차와 아들 재국씨 이름의 콘도회원권(총 1억1,200만원), 전씨 자택의 가재도구(1억7,950만원), 전씨의 연희동 자택 별채(16억4,800만원)이 전부로 그나마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며 200억원을 내놓은 것이 가장 고액이었다.

전씨는 2003년 총 금융자산이 29만원 뿐이라고 법원에 신고했지만 이후 대검 중수부가 명동 사채시장을 조사하던 중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 전씨의 아들 재용씨는 증여세 포탈혐의로 기소된 과정에서 자신의 재산 167억원이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 주장했으나 그중 73억 5,000여 만원이 전씨의 비자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재용씨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는 대로 전재용씨에게 건너간 전씨 비자금 73억550만원의 환수에 나설 계획이다. 또 얼마전 밝혀진 서울 서초동의 전두환씨 명의 땅에 대한 압류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전두환씨의 3남인 전재만씨의 경우 용산구 한남동 소재의 한남플라자라는 건물의 실소유주로 밝혀졌으며 이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8층의 건물로 한 달에 걷히는 임대료만 7천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향>

A종교단체 명의 수조원 ‘계좌 리스트’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괴자금 계좌리스트를 보면 이들 괴자금은 시중은행, 특수은행, 제2금융권 금융기관 등 20여개에 흩어져 있다. 이들 계좌의 명의는 특정 종교단체 명의와 5공 핵심인사와 연관이 깊은 인사의 이름으로 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상당수 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모 시중은행의 경우 6~7개 계좌에 1조원대의 거액이 분산예치되어 있는 것으로 사정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 계좌의 소유주로 되어 있는 인사는 5공 당시 실세로 알려진 특정인물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주목된다.또 이들 계좌의 예금성격은 일반예금, 특정금전신탁, 개발신탁, 정기예금, 양도성예금증서(CP) 등 다양한 형태로 예치되어 있다. 일부 금융상품의 경우 예치만료시한이 1~3년이어서 이미 예치기한이 지났음에도 그대로 계좌가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사실상 금융거래가 없이 수년째 방치되어온 이들 계좌의 실주인은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비자금의 주인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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