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끊임없는 프레임 전쟁이라고들 한다. 정치적 현안을 놓고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에서 작심하고 만들어가는 프레임도 있지만 때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생활 속 이슈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점점 증폭되어 프레임 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담배 가격 인상을 추진할 당시, 표면상으로는 담배 가격 인상에 따른 흡연율 저하의 보건 프레임이 부각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담배세가 종부세 대상 아파트인 9억원 상당의 아파트 재산세와 맞먹을 것이라는 증세 프레임이 팽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전문가들의 연구상으로도 증세 프레임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보건 프레임으로 받아들인 사람들보다 담배 가격 인상 정책을 덜 지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반 국민의 감정적 프레임이 작동했다는 점일 것이다. 다수의 서민들은 담배값 인상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증세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던 공약을 지키기 어려우니 차마 담배증세라고 말하지 못하고 담배값 인상이라고 하면서 부자감세로 모자라는 복지 재원을 메우는 정책이라는 소문이 저변에 깔리게 된 것이다. 같은 정책적 이슈라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은 달라진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안그래도 장사가 안 돼서 죽겠는데 갑자기 왜 생맥주 세금만 올리느냐라는 영세 호프집 주인들의 한숨이 나오는 정책이 발표되었다. 기획재정부가 맥주와 막걸리의 경우 기존의 종가세에서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변경하기로 당정 협의회를 통해 주류 과세체계 개편안을 확정 지은 것이다.

개편안이 오는 9월 국회를 통과하면, 양이 적은 캔맥주나 수제맥주는 세금 부담이 줄어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출고가가 낮아 세금이 적었던 생맥주는 종량세로 바뀌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맥주를 주된 매상의 원천으로 삼는 서민대상 호프집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폭증한데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자기계발 등이 강화되면서 퇴근길 직장인들의 회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생맥주 가격까지 오를 경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생맥주 가격 인상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는 세금 체계가 변경되어도 맥주업체가 자율적으로 캔맥주와 생맥주 모두 출고가를 현행 가격대로 유지하여 전체적인 가격은 평형을 유지하도록 맥주업체가 출고가를 자체 조정하도록 유도할 계획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실제 주류업계에서도 맥주업체들이 생맥주보다 캔맥주 판매량이 많은 상황에서 세금이 내린 캔맥주와 생맥주 출고가를 그대로 둔다면 결국 맥주 제조업체만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최근 부자일수록 민주당을 지지하고, 가난할수록 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정당지지율의 역설을 보여주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적이 있다. 평상시 한국당은 주로 작은 정부’, ‘세금 축소등의 정책 위주였고, 민주당은 서민 우선’, ‘복지 확대등 저소득층에 중심을 둔 정책 위주였는데 양당의 핵심 정책 방향과 상반된 정당지지율이 나오게 된 것이다.

서민의 편을 자처하는 진보 정권에서 서민의 술로 대표되는 생맥주가격을 인상하는 정책이 기존 담배값 인상의 프레임 전쟁과 맞물려 과연 내년도 총선에 어떤 프레임으로 작동할 것인지, 또 민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벌써부터 주목되는 대목이다<서원대학교 교수/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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